대통령실 “의료계, ‘강성’ 주장 매몰 말고 변화해 달라”

입력 2024-12-03 10:30
장상윤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이 지난 10월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열린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권현구 기자

대통령실은 3일 “의료개혁을 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은 게 (의과대학) 정원 문제”라며 “의료계가 ‘강성’ 주장에만 너무 매몰되지 말고 변화해 하나의 거버넌스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의료계가 대학입시 일정이 진행 중인 현재까지도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폭의 조정 주장을 계속하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날 오전 KBS1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의료계 내에 합리적인 의견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가 의료계의 대화 참여를 호소하고 최근까지 여·야·의·정 협의체의 논의도 있었지만, 결국 이때에도 의료계의 대표성 문제, 일부 의견의 일반화 문제 등으로 협의가 어려웠음을 말한 것이다.

여·야·의·정 협의체는 지난 1일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참여 중단과 함께 출범 20일 만에 좌초된 상황이다. 장 수석은 이에 대해 “조금 ‘쿨링 타임’을 가져보자는 정도고, 언제든지 다시 테이블에 앉아서 (협의를) 재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 수석은 종전까지의 의료계와의 논의에 대해 “상당 부분 소통이 이뤄지고 공감대를 이루거나, 서로 입장은 달랐지만 총론에서는 굉장히 이해를 한 부분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협의체 좌초의 원인이 된 것은 2025학년도 정원이었다. 정부는 지난 5월 대학별 모집공고가 이뤄질 때 이미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확정됐고, 수험생의 준비도 그에 맞춰 이미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다만 의료계는 이번 여·야·의·정 협의 과정에서 수시 인원의 정시 이월 중단 등을 요구했다. 협의체 탈퇴를 압박한 다른 의사단체 중에서는 여전히 ‘증원 백지화’를 주장한 곳도 있다.

장 수석은 “자꾸 2025학년도 정원이라든지 이 정원 문제가 걸림돌이 되다 보니까 논의의 진전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장 수석은 현 수험생이 수시 6곳, 정시 3곳 등 모두 9차례의 기회를 부여받는 점을 밝히며 “예고됐던 것에서 안 뽑는다든지, 이월을 안 하고 취소한다든지 하면 기회의 박탈”이라고 설명했다. 장 수석은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지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의료계의 합리적 의견 제시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는 유연하게 조정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장 수석은 “이미 지난 4월 말에 2000명 증원된 5058명으로 공지됐다”면서도 “다만 ‘이러이러해서 2000명이 아니다’라고 가져오면 우리는 2000명에 매몰되지 않고 다시 한번 추계를 해볼 수 있겠다는 유연한 입장을 계속 밝히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수석은 “수학 문제를 풀 때 열심히 해서 해법을 내놨는데 만약에 그 답이 틀리다면 ‘나는 계산을 이렇게 해봤더니 이 답이 나오더라’(를 제시해서) 그 두 개를 놓고 한번 같이 보자는 얘기”라고 비유했다. 정부로서는 이미 수학 문제의 답을 찾듯 증원될 의료인력을 추계했으며, 이를 틀렸다고 지적하려면 합당한 해법을 제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역·필수의료 회복을 위한 의료개혁은 결국 윤석열정부 후반기 국정기조인 ‘양극화 타개’와도 맞물린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장 수석은 “한마디로 얘기하면 격차와 쏠림의 문제”라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숫자의 격차는 3배에 가깝다”고 말했다. 장 수석은 “정부가 바라보는 정원의 문제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의사 수를 늘려야겠다는 것”이라며 “내년부터 초고령 사회로 저희가 들어가고, 65세 이상 인구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의료 수요는 폭증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