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 개발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해 중국 수출을 통제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차세대 무기 체계와 군사 응용 분야인 AI에 사용될 수 있는 첨단 반도체와 관련해 중국의 생산 능력을 억제하기 위해 수출통제를 강화한다”며 “중국의 140개 기업이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이번 수출통제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적용했다. 이 규칙에서 미국산 소프트웨어·장비·기술을 활용한 제품이라면 미국 밖에서 생산돼도 수출통제를 준수해야 한다.
상무부는 이번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반도체 개발·생산에 사용되는 24종의 제조 장비, 3종의 소프트웨어와 더불어 HBM를 추가했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여러 겹을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AI 가속기에 사용된다.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이 HBM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상무부는 HBM의 메모리 대역폭 밀도가 ㎟당 초당 2GB보다 큰 제품의 수출을 통제할 계획인데 “현재 생산되는 모든 제품이 이 기준을 초과한다”고 밝혔다. 단, 특정 HBM은 새로운 라이선스 예외에 따라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삼성전자가 이번 규제로 영향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반도체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 HBM 판매량의 30%가량이 중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며 “(이번 수출통제에서) 삼성전자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통제 발표 직후 “중국과 제3국 간 무역에 간섭하는 전형적인 경제적 강압 행위이자 비시장적 방법”이라며 “미국은 국가안보의 개념을 계속 확대하고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며 일방적인 괴롭힘을 행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철오 권남영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