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지킨 의사에 “누가 낳았냐” 부모 욕…정부 나섰다

입력 2024-12-02 19:40 수정 2024-12-02 20:11
의사들이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를 향해 신상털이와 원색적 비난, 부모를 비하하는 욕설까지 일삼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폭로한 당사자가 블로그 게시글에 올린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연합뉴스

의사들이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를 향해 신상털이와 원색적 비난, 부모를 비하하는 욕설까지 일삼고 있다는 폭로가 나와 정부가 즉각 대응에 착수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게시글을 확인해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피해 의사) 본인도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돼 있지만 신속한 수사 착수를 위해 복지부 차원의 수사 의뢰를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서울 한 수련병원에서 일반의로 근무하는 A씨가 자신의 블로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사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집단 린치를 폭로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특정 익명의 의사 커뮤니티에서 몇 주간 지속해 실명을 포함한 신상정보 공개, 허위사실을 포함한 명예훼손, 협박, 각종 모욕과 욕설을 포함하는 극단적인 집단 린치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자신을 겨냥한 커뮤니티 글을 캡처해 첨부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동료 등에 칼 꽂고 신나” “부끄러운 줄 모르냐” 등의 비난을 비롯해 “이런 건 또 누가 낳았냐” 등 부모를 비하하는 말까지 담겼다.

A씨는 의료공백이 장기화하자 경제적 이유로 지난달부터 일반의로 일하고 있는데 이때부터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토로했다. 의사들만이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서 A씨의 출신 학교와 소속, 이름 초성 등을 밝힌 뒤 무차별로 비난을 가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A씨는 과도한 익명성을 빌미로 의료계 커뮤니티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해결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매주 올라오는 게시글을 통해 조롱당한다. 지금도 극심한 모욕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플랫폼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피해자가 가해자를 특정하고 법적 도움을 받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