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적극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집권하면서 그의 2기 행정부에도 ‘인플루언서 형 정치인’이 대거 입성할 예정이다. 이들 중에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식의 일반적인 정치인 SNS 활동을 넘어 개인 인지도를 활용해 돈을 버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와 협력자들이 정치인과 인플루언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WP는 대표적으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가 몇 주 전 자신의 틱톡 계정에 가정용 복싱 장난감 ‘박스볼렌’의 후원 동영상을 올린 사례를 소개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이 영상에서 “박스볼렌!”이라고 외치며 장난감을 반복해서 주먹으로 쳤고 땀에 범벅이 된 채 제품의 성능을 칭찬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3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틱톡 셀럽’이다. 그의 이 영상은 30분만에 1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이후 영상은 삭제됐지만 박스볼렌 판매사는 자사 SNS 계정에 이 영상을 올려 홍보에 활용했다.
WP는 곧 취임할 내각 장관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공공의료보험서비스센터(CMS) 센터장으로 발탁된 메멧 오즈도 팔로워가 수백만명에 달하는 틱톡과 엑스(X)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주 자신의 계정에서 “이어허브처럼 신뢰할 수 있는 곳에서 판매하는 강장제가 추수감사절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다”며 아이허브를 홍보했다.
아이허브는 비타민과 보충제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로, 유명 TV 쇼 진행자 출신인 오즈가 ‘글로벌 고문’ 자리를 맡고 있다. 다만 아이허브 측은 오즈에게 급여 등을 지급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친트럼프 인사로 분류되는 로렌 보버트(콜로라도) 하원의원은 개인적으로 부탁받은 메시지를 유명 인사가 동영상으로 찍어주는 애플리케이션 ‘카메오’에 등장해 논란을 빚었다. 보버트 하원의원은 자신의 메시지에 최소 가격 250달러(약 35만원)를 매겼는데 이는 유료 출연을 금지하는 하원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의 계정은 이틀 만에 삭제됐다.
법무부 장관에 지명됐다가 사퇴한 맷 게이츠도 최근 같은 플랫폼에서 500달러(약 70만원)짜리 개인 맞춤형 메시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는 추수감사절 테마 동영상에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고 온라인에서 중요한 콘텐츠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는 SNS를 통해 일상적으로 자신의 책을 홍보해왔다고 WP는 전했다.
WP는 “트럼프 당선인 주변의 유명 인사들이 SNS 인기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보여준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최초의 ‘인플루언서 내각’을 구성함으로써 정부가 매일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형태의 이해충돌 가능성을 키웠다”고 꼬집었다.
WP는 트럼프 당선인 본인도 SNS를 통해 성경부터 신발, 포토북, 자기 얼굴이 그려진 시계, 친필 사인 등을 지속적으로 광고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정권의 국정 홍보에서 SNS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설되는 정부효율부(DOGE)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함께 이끌 예정인 비벡 라마스와미는 ‘도지캐스트’(DOGEcast)를 통해 매주 정부의 낭비, 사기 등을 폭로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우파 성향 동영상 플랫폼 ‘럼블’에 출연해 백악관 브리핑룸의 주류 매체를 교체하는 방안을 머스크와 상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기자실을 많은 ‘독립 언론인’들에게 개방하는 것에 대해 대화했다”며 “뉴욕타임스가 거짓말을 했다면 더 많은 시청자와 팔로워를 가진 이들에게 개방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상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