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10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들어 전장에서 탈영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6만명에 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선 병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병사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검찰은 올해 1~10월 직무에서 이탈한 자국 군인 약 6만명을 기소했다. 우크라이나 법상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장 12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데도 탈영이 잇따른 것이다.
이는 전쟁 첫해인 2022년부터 이듬해인 2023년까지 2년간 발생한 탈영병 수의 거의 배에 육박하는 규모라고 FT는 지적했다. 지역 당국에 따르면 123여단 탈영병 중 일부는 전선으로 복귀했고, 나머지는 잠적 상태다. 소수는 재판 전 구금 상태에 있다.
지능화된 탈영 수법도 확인되고 있다. 군 복무 연령 남성의 해외 출국이 금지되자 일부는 동맹국의 해외 훈련 캠프에 참가할 기회를 잡은 후 훈련장에서 달아나고 있다. 폴란드 당국자에 따르면 이렇게 탈영하는 사람이 매달 12명가량 나온다고 FT는 전했다.
이처럼 탈영병이 급증하는 문제는 가뜩이나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올해 여름 이후 러시아는 인력 우위를 바탕으로 인해전술식 공세를 강화했고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빠르게 점령지를 늘리고 있다.
수적 열세에 처한 우크라이나는 신병 수급이 늦어지면서 지친 병사를 제때 후방으로 빼내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숙련된 병사들이 극심한 피로감 속에 목숨을 잃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 병력은 약 100만명에 달하지만 현역 복무자는 35만명에 불과하다. 군 관계자는 보병과 돌격대원을 포함한 전투병과 소속 인원이 탈영병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탈영이 급증하자 우크라이나 의회는 지난달 21일 규칙 변경을 통해 탈영 후 부대에 복귀한 초범에는 기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병력 보충을 위해 앞으로 3개월 동안 16만명을 추가로 징집할 예정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