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다음 달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의 초청장을 받고도 비자 발급을 무더기 거부당했다. 내년 1월 7∼10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5에는 1000개 이상의 중국 기업이 참여를 신청했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CES에 참가하는 중국 기업 직원 상당수가 미국 비자를 받지 못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근무하는 한 기술영업직원은 “주중미국대사관에서 비자 인터뷰를 하면서 CES 초대장을 보여줬는데 담당자는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았다”면서 “CES 참석을 언급하면 90%는 비자가 거부된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나온다”고 SCMP에 말했다.
미국 뉴욕의 컨설팅회사 아이엠팩트(iMpact) 창립자인 크리스 페레이라는 “해외 시장 확장을 희망하는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조사한 결과 40곳 중 절반이 직원들의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면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CES 참가를 위한 비자는 발급됐다”고 지적했다.
CES 대변인은 “중국 CES 참석자의 비자 신청이 거부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가 합법적인 사업상의 이유로 미국을 여행하는 개인에 대한 비자를 신속하게 승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SCM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60% 이상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시기에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고 짚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미 국무부는 대규모 비자 거부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 정부는 비자 발급 장벽을 낮춰 양국 간 정상적인 인적·비즈니스적 교류를 촉진하라”고 촉구했다.
매체는 “전 세계에서 약 4000개의 업체가 CES에 등록했는데 30% 이상이 중국 기업으로 알려졌다”면서 “중국 기술 기업의 많은 직원이 초대를 받았는데도 비자발급을 거부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 때문에 일부 중국 기업이 CES에 참석하지 못한 적은 있지만, 비자 문제가 대규모로 걸림돌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미국 내에서도 정치적 동기를 의심하는 주장이 제기된다”고 짚었다.
또 “CES에서 탈중국화가 진행된다면 이 박람회가 대표적인 국제 행사로서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된다”면서 “미국이 이처럼 폐쇄적이고 보호주의적 태도를 취한다면 글로벌 공급망 안전성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열린 CES 2024에선 전체 4314개 참여 기업 가운데 1114개가 중국 기업이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