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기견 구조를 위해 비행하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한국계 조종사 석 김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1일(현지시간)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씨가 운행하던 비행기는 지난달 24일 강아지 ‘리사’를 포함한 유기견 세 마리를 태우고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뉴욕주 올버니로 향하던 중 추락했다. 김씨는 이 사고로 향년 49세로 사망했다.
사고 당시 이들은 캐츠킬 산맥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함께 타고 있던 리사도 숨졌지만 나머지 강아지 두 마리는 살아남아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시절부터 비행기 조종사를 꿈꿨던 김씨는 4년 전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동물 구조단체 ‘파일럿 앤 퍼스(Pilots n Paws)’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이 단체는 재난 지역이나 과밀 대피소에 있는 유기견과 유기묘를 동물보호소로 이송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김씨의 딸 레아(16)는 아버지가 일주일에도 몇 번씩 동물들을 데리러 여러 단체를 방문했으며, 자신이 구조한 개와 고양이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김씨 가족은 그를 추모하기 위해 리사를 화장하고 남은 재를 자택 뒷마당에 묻기로 결정했다. 리사의 유해가 김씨 가족 집으로 이송되는 과정이 김씨를 위한 ‘추모 비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씨 장례식은 오는 5일 치러질 예정이다.
레아는 “아버지는 목숨을 걸고 비행에 나설 만큼 리사에 대해 각별했다”며 “우리는 리사를 계속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시작한 일을 계속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며 “리사가 가까이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덧붙였다.
김씨 동료였던 페니 에드워즈는 그를 ‘놀라운 사람’으로 기억했다. 에드워즈는 “그가 올해 허리케인 헬렌으로 피해를 본 노스캐롤라이나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는 일에도 참여했다”며 “그는 단순히 동물을 구조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정말 많은 일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활동했던 단체 파일럿 앤 퍼스도 지난달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사진과 글을 올려 그를 추모했다. 파일럿 앤 퍼스 측은 “그의 친절함과 긍정은 함께 일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며 “그의 유산은 그가 구한 수백 마리 동물의 생명과 구조 단체에서 함께 일했던 모든 사람들을 통해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