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불법 총기 소지 등으로 유죄 평결을 받은 차남 헌터 바이든을 전격 사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들에 대한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사면’에 서명한 뒤 성명을 통해 “한 아버지이자 대통령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미국민들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동안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사법 시스템을 자신을 위해 악용하려 한다고 비난해왔다. 하지만 정작 바이든이 퇴임을 한 달여 남은 시점에 아들을 사면하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바이든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나는 오늘 내 아들 헌터에 대한 사면에 대해 서명했다”며 “헌터 사건의 사실관계를 살펴본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헌터가 단지 내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죄되었다는 것 외에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없으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면문서에 따르면 헌터의 사면은 ‘2014년 1월1일부터 2014년 12월 1일’까지 저질렀거나,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범죄, 미국에 대한 범죄에 대해 완전하고 조건없이 적용된다.
바이든은 “끊임없는 공격과 선별적인 기소에도 불구하고 5년 반 동안 금주해 온 헌터를 무너뜨리려는 노력이 있었다”며 “그들은 헌터를 무너뜨리기 위해 나를 무너뜨리려 했고, 여기서 멈출 것이라고 믿을 이유가 없다. 이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헌터 바이든은 지난 6월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뒤 4일 형량 선고를 앞두고 있었다. 2018년 그가 마약중독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권총을 구매하고 소지했다는 혐의다. 헌터는 9월 탈세 재판에서도 혐의를 인정했다. 총기 사건으로 유죄 평결을 받은 데다, 탈세 혐의까지 인정하면서 형량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재판 결과를 비판했다. 그는 “범죄에 사용하거나 여러 번 구매하거나, 밀수 구매자로 무기를 구입하는 등의 가중 요인이 없는 한, 총기 구매 양식을 작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중범죄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심각한 중독으로 세금을 늦게 납부했지만 이후 이자와 벌금을 내고 세금을 납부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비범죄로 처리된다. 헌터는 다른 대우를 받은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바이든은 헌터에 대한 기소가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헌터의 혐의는 의회에서 나의 정치적 반대자들이 나를 공격하고 내 선거에 반대하도록 선동한 후에야 이루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사법 시스템을 믿는다. 하지만 이 문제에 씨름하면서 날것의 정치가 이 과정을 감염시켜 정의를 유산시켰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헌터도 이날 성명을 내고 “나는 가장 어두운 중독의 시기에 저와 제 가족을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수치스럽게 만드는 데 악용된 나의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을 졌다”며 “내가 오늘 받은 사면을 결코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내 삶을 여전히 아프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데 쓸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은 지난주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에서 있었던 추수감사절 가족 모임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고 헌터에게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은 헌터를 사면하거나 감형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하지만 퇴임을 앞둔 바이든이 형 선고를 앞둔 아들을 전격적으로 사면하면서 적잖은 정치적 파문이 일 전망이다.
AP통신은 “트럼프의 첫 임기 이후 미국인들에게 법치에 대한 규범과 존중을 회복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던 바이든은 결국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아들을 도왔고,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미국인들과의 공개적 약속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