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에서 전해온 전도 이야기(25) 어부는 기다리는 사람들…사람 낚는 어부도 기다릴 줄 알아야

입력 2024-12-02 09:43

변상호 목사·보길도 동광교회

세상에서는 기다림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기다려야 할 일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시편 40편은 다윗의 시입니다. 그는 1절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내가 여호와를 기다리고 기다렸더니.” 다윗은 어려움 중에서도 기다리는 일을 잘했습니다. 성도들은 이웃을 전도하면서 특히 기다리기를 잘해야 합니다. 때로는 기다림이 길고 길다 할지라도 응답이 될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어부들은 기다림을 잘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유능한 어부는 때를 기다렸다가 그물을 내립니다. 우리도 사람 낚는 어부가 되려면 기다리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합니다. 어부들이 복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까지, 그리고 평생을 대대로 이어오던 우상숭배의 허구성을 깨닫고 버릴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저는 이 섬에 와서 한 분을 위해 꽤 오래 기다린 경우가 있습니다. 원래 그분의 고모님을 먼저 어렵게 전도했는데 조카 되는 그분들이 바로 옆에서 고모님이 변화되고 기독교인이 된 후 기쁨의 삶을 사시는 모습을 보셨습니다. 그래서 몸이 불편했던 고모님을 위해 주일이면 집에 와서 목욕을 도와주시고 양말을 신겨드리고 헌금도 확인해 주시면서 교회에 잘 나오시도록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럼에도 정작 조카 본인들은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1960년 가난한 21살 섬마을 전세천 총각이 20살 예쁜 이웃 동네 박옥순씨를 만나 고생 안 시키겠다고 약속하고 결혼을 했답니다.

그분은 난생처음으로 목사와 교회를 이해하는데 꼬박 5년이 걸렸습니다. 그분 성함이 전세천 어른이십니다. 평생을 어부로 사셨고 바다에서 인생을 다 보내시고 이제 어장을 아들들에게 물려주고 뒤에서 아들들이 운영하는 어구를 고쳐 주면서 노후를 살아가시는 분입니다.

8남매를 잘 키우시고 다 출가시킨 어르신께서는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 늘 자랑하십니다. 85세의 연세에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으시고 자존심이 강하고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으시며 큰소리치면서 벽을 문이라고 주장하고 밀고 나가는 황소고집 같은 성격을 소유하신 분입니다. 한번은 고물을 주워서 태우다가 작은 산불이 났는데 출동한 공무원에게 도리어 큰소리치는, 마치 디베랴 바닷가 사람들과 같았습니다.

저는 이 어르신을 주님께 인도하기 위해 5년을 찾아가 집수리를 도와주고 1t 트럭에 2t 분량 고물을 실어다 팔아드리면서 제가 할 수 있는 도움을 다 드렸습니다.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마음을 열어주셨고 저는 첫 예배를 드리는 날에 집에 고이 간직하셨던 신줏단지를 불태워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신줏단지는 옛날 큰 굿을 하면서 용한 무당이 만들어준 거라고 했습니다. 어르신은 제 요청을 받아들이셨고 처음부터 ‘내 성경과 찬송으로 제대로 믿겠다’며 부인 것과 함께 가장 비싼 가죽 성경책을 거금을 들여 마련하셨습니다.
가진 것이 없던 가난한 어부 부부는 안 먹고 안 입고 고생하면서 슬하에 8남매를 훌륭한 키워 자녀들의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그때 어르신 몸이 편찮으신 일도 있었지만 한번 결심하면 뿌리를 뽑는 근성이 있으셔서 자신은 반드시 하나님을 만나겠다 하시면서 어떻게 해야 그분을 만날 수 있는지 알려 달라고 하셨습니다. 이런 저돌성은 마치 무지막지한 베드로와 닮아 보였습니다. 어르신을 전도하는 과정이 비록 5년이라는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이었지만 그 결과는 값졌습니다.

3년 전부터 부인되시는 박옥순 할머니께서 먼저 교회에 오시려고 시도했으나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남편의 불같은 반대에 좌절하고 말았는데 이제는 할머니 손을 꼭 잡고 교회의 모든 예배를 빠지지 않고 드리시는 모습에 성도들도 놀랐고 마을 사람들도 놀랐으며, 특히 자녀들이 매우 놀랐습니다. 자녀들은 우리 아버지는 절대 교회에 가실 분이 아니라고 장담했는데 믿어지지 않는다고 지금도 말을 합니다. 어르신을 보면 전도의 열매가 맺기 전까지는 전도는 사람이 아니라 전적인 주님의 역사임을 실감합니다. 우리는 그저 심고 물을 줄 뿐입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자라게 하셨음을 배우게 됩니다. 다음 이야기에는 이 어부 어르신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