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주프랑스 미국 대사에 사돈을 임명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아랍·중동 고문에 또 다른 사돈을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가족과 친인척을 공식·비공식적으로 국정 운영에 개입하도록 하는 트럼프식 정치가 계속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당선인은 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레바논계 미국인 마사드 불로스를 아랍 ·중동 선임 고문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불로스는 트럼프의 둘째 딸 티파니 트럼프의 시아버지다.
트럼프 당선인은 “마사드는 유능한 변호사이자 재계에서 크게 존경받는 지도자로 국제무대에서 폭넓은 경험이 있다”며 “그는 대선 선거운동의 자산으로, 아랍계 미국인 커뮤니티와 새로운 연합을 맺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사드는 거래 전문가이자 중동에서의 평화에 대한 확고한 지지자”라고 덧붙였다.
불로스는 대선 때 아랍·무슬림계 미국인 지도자들과 여러 차례 만나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트럼프의 아랍계 지지 기반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AP통신은 “불로스는 아랍계 미국인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수십 차례의 모임을 조직하는 등 미시간주의 아랍계 미국인 커뮤니티에 개입하는 캠페인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미시간을 포함한 경합주에서 압승을 거뒀다.
불로스는 대선 전부터 중동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의 참모 역할을 해 왔다. 그는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마흐무드 압바스를 만났다. 직전인 7월에는 압바스가 트럼프에게 보낸 편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레바논 정치인들과도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전날에는 첫째 딸 이방카 트럼프의 시아버지인 부동산 개발업자 찰스 쿠슈너를 주프랑스 대사로 임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CNN은 “딸의 시아버지들을 두 개의 중요한 직책에 발탁한 것은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에도 신뢰할 수 있는 가족에게 기대는 전례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트럼프는 오랫동안 가족에게 정치적 역할을 맡기면서 이해 상충과 연고주의에 대한 의문을 낳았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집권 1기인 2017~2021년에도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백악관 선임보좌관으로 임명해 주요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게 했다. 이번 대선과 2기 내각 인선 과정에서도 첫째 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다. 둘째 며느리 라라 트럼프는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지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