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에 순직한 동생…‘약속 지킬게’ 형도 소방관 됐다

입력 2024-12-01 15:00 수정 2024-12-01 15:03
지난해 12월 1일 제주의 창고 화재 현장에서 주민을 대피시키고 불을 끄다 순직한 고 임성철 소방장. 오른쪽 사진은 1일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열린 임 소방장의 순직 1주기 추모식에서 헌화하는 유가족.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일 새벽.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주택 옆 창고에서 불이 났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29세의 젊은 소방관은 주택에 있던 80대 노부부를 안전하게 대피시킨 뒤 화재 진압에 나섰다. 거센 불길에 창고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콘크리트 더미가 소방관을 덮쳤고, 머리를 크게 다친 소방관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순직한 임성철 소방장의 1주기 추모식이 1일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열렸다. 추모식에는 유가족과 오영훈 제주지사, 소방공무원 등 150여명이 참석해 헌화·분향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제주소방안전본부는 직원들의 마음을 담은 고인의 초상화를 유족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1일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열린 고 임성철 소방장 순직 1주기 추모식에서 소방공무원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 지사는 “임성철 소방장은 재난 현장에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책임을 다한 자랑스러운 소방관이자 우리들의 동료였다”며 “고귀한 헌신은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임 소방장 아버지는 “아들과 헤어진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아들은 이별과 그리움을 남겼지만 지금은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려고 한다”며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아들에게 약속한 만큼 앞으로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1일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열린 고 임성철 소방장 순직 1주기 추모식에서 소방 교육생들이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추모식에는 올해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현재 교육받는 중인 고인의 형 임지혁씨와 동기 교육생들도 참석했다.

형 임씨는 생전 동생과 ‘함께 소방공무원이 돼 생명을 살리는 뜻깊은 일을 하자’고 약속했다고 한다. 동생의 뜻을 이어 소방관의 길을 걷게 된 그는 “부끄럽지 않은 형이 되겠다”며 “멋진 소방관으로서 책임감 있게 일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1일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열린 고 임성철 소방장 순직 1주기 추모식 후 오영훈 제주지사와 유가족이 고인의 묘역을 찾아 묘비를 닦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임성철 소방장 순직 당시 1계급 특진(소방장)과 함께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소방관을 화마에 잃어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며 “불길이 덮친 화재 현장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 고인의 헌신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