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 들어서면 관객은 먼저 무대 상단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무대 위에는 영화 촬영장을 연상케 하는 미니어처 세트와 카메라, 조명 장비 그리고 스태프가 있다. 공연은 미니어처 세트에서 손가락이 춤추듯 움직이는 모습을 카메라가 촬영한 것에 음악, 내레이션이 더해진 한 편의 영화가 스크린에 투사된다.
무대 위 공연과 스크린 속 영화의 경계를 넘는 하이브리드 퍼포먼스 ‘콜드 블러드’가 오는 13~14일 성남아트센터에서 한국 초연된다. 이 작품은 벨기에 출신 영화감독 자코 반 도마엘과 안무가 미셸 안느 드 메이 부부가 2015년 처음 선보였다.
남편인 자코 반 도마엘의 이름이 친숙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 ‘토토의 천국’(1991), ‘제 8요일’(1996), ‘이웃집에 신이 산다’(2015) 등을 연출한 감독이라면 바로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 ‘토토의 천국’은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제8요일’은 칸 영화제 공동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또 아내인 드 메이는 벨기에 현대무용의 전설인 로사스 무용단의 창립 멤버다. 1983년 창단 이후 6년간 안무가 안느 테레사 드 키에르스마커와 함께 로사스 무용단의 주요 작품의 창작에 큰 역할을 했다. 이후 1990년 독립하면서 ‘신포니아 에로이카’로 큰 주목을 받인 이후 유럽 공연장과 페스티벌이 러브콜을 보내는 안무가가 됐다.
부부가 2011년 처음 협업한 ‘키스 앤 크라이’는 이른바 ‘손가락 춤’이라는 독창적인 콘셉트로 찬사를 받았다. 이른바 나노 댄스(Nano Dance)라고 불리는 손가락 춤은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의 세밀한 움직임과 안무를 통해 작품의 주제를 담아낸다. ‘키스 앤 크라이’는 벨기에 유명 작가 토마 귄지그의 동명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영화와 무용, 연극, 문학이 결합한 공연이 만들어졌다. 전 세계에서 200여 회 공연된 기록 중에는 2014년 한국 LG아트센터 포함돼 있다.
이번에 내한하는 ‘콜드 블러드’는 바로 ‘키스 앤 크라이’의 후속작인 셈이다. ‘키스 앤 크라이’는 한 여인이 평생에 걸쳐 사랑한 다섯 명의 연인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 내용이다. 삶과 사랑을 이야기한 ‘키스 앤 크라이’와 달리 ‘콜드 블러드’는 삶과 죽음을 다룬다. 비행기 여행, 안개가 자욱한 숲 등 예상치 못한 일곱 번의 죽음의 순간을 통해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서사를 진지하면서도 따뜻하게 표현한다.
이번 공연에는 2014년 ‘키스 앤 크라이’의 내한공연에서 한국어 내레이션을 담당했던 배우 유지태가 다시 참여한다. 당시 유지태의 감성적이고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음색이 공연에 감동을 더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