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연방수사국(FBI) 새 국장에 과격 충성파 캐시 파텔(44)을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주재 주미대사에는 사돈 관계인 찰스 쿠슈너(70)를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캐시 파텔이 차기 FBI 국장으로 일할 것”이라며 “캐시는 뛰어난 변호사이자 수사관이며, 부패를 들춰내고, 정의를 지키고, 미국인을 보호하는 데 경력을 쌓아온 미국 우선주의 전사”라고 설명했다.
인도계 미국인인 파텔은 플로리다에서 국선 변호사로 10년 가까이 활동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대테러 고문 등 요직을 두루 역임한 트럼프 측근이다. 파텔은 ‘깡패 정부’라는 책을 내고 트럼프를 조사한 FBI와 법무부 고위층을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과격 충성파다. 또 공직에 복귀할 경우 언론인과 공직자들을 조사하고 기소할 수 있다고 단언해왔다. 파텔은 지난해 “미국 시민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조 바이든의 대선 조작을 도운 언론인들을 쫓아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1기 행정부 막판 국방부 장관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업무 이양을 방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1기 재임 시절에도 파텔을 FBI 부국장에 임명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하지만 당시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 된다(over my dead body)”고 반대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텔은 현재 트럼프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의 모기업 트럼프미디어테크놀로지의 이사도 맡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파텔이 법무장관 지명에서 낙마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만큼이나 논란을 일으킬 인물로 보고 있다. FBI 국장은 상원 인준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사청문회도 진통이 예상된다. 크리스토퍼 레이 현 FBI 국장은 임기가 2027년 종료되지만, 트럼프는 레이 국장을 바로 경질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트럼프는 그동안 FBI와 법무부를 ‘딥스테이트(연방정부 내 기득권 세력)’의 핵심이라고 비판해왔다.
트럼프는 또 이날 별도 성명에서 “뉴저지 출신 찰스 쿠슈너를 주프랑스 미국대사 후보로 지명하게 되어 기쁘다”며 “그는 훌륭한 업계 리더이자, 자선사업가 겸 협상가로 우리나라와 그 이익의 강력한 옹호자”라고 소개했다. 찰스 쿠슈너는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부친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사돈을 주요 공직에 지명한다는 점, 찰스 쿠슈너가 2004년 탈세와 증인조작 등 혐의로 실형을 산 전과가 있다는 점 등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1기 집권 막바지인 2020년 12월 찰스 쿠슈너를 사면한 바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