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엄포에 트럼프 자택 달려간 트뤼도… “생산적 회담”

입력 2024-12-01 09:08 수정 2024-12-01 09:1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트뤼도 총리 '엑스(X)'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에 25% 관세 부과 엄포 이후 자신을 찾아온 쥐스탱 트뤼도 캐나도 총리와 불법 이민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면담 직후 트럼프 당선인은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지만, 관세 부과 여부는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당선인은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와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가졌다”며 “불법 이민의 결과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펜타닐 및 마약 위기, 미국 노동자들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 공정 무역 거래, 미국의 대(對)캐나다 무역 적자 등 양국이 함께 해결해야 할 많은 중요한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회동에 대해 “트뤼도 총리는 이 끔찍한 참상을 종식하기 위해 우리와 함께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우리는 에너지, 무역, 북극과 같은 다른 많은 중요한 주제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측에서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마이크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등이 참석했다.

다만 트럼프는 회동 뒤 25%관세 부과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트뤼도 총리가 직접 찾아와 이민 문제 등을 ‘노력’을 약속한 만큼, 일단 다시 압박하는 모양새는 피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앞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과도 전화 협의한 내용도 공개했는데, 이 글에서도 관세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트뤼도 총리는 전날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의 마러라고 저택을 찾았다. 트럼프에게 관세 25% 부과 엄포를 받은 뒤 나흘 만이었다. 트뤼도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와 함께 한 만찬장 사진을 올린 뒤 “트럼프 (전) 대통령, 지난밤 저녁 식사에 감사한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고대한다”고 적었다. 주요 7개국(G7) 정상 중 대선 이후 트럼프와 직접 회동한 정상은 트뤼도가 처음이다.

트뤼도 총리의 마러라고 방문에는 국경 문제를 책임지는 도미닉 르블랑 공공안전부 장관이 동행했다. 트뤼도는 기자들에게 “훌륭한 대화였다”고 설명했지만, 관세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엄포 이후 캐나다는 국경에 드론과 헬기, 감시 요원들을 추가로 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캐나다 국경은 약 9000㎞로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캐나다 전체 수출의 약 4분의 3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으며, 이는 캐나다 국내 총생산의 20% 이상을 차지한다”며 “캐나다의 대미 수출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캐나다 경제는 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게 경제학자들의 경고”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날 별도의 게시물에서 다른 국가를 향해 관세 엄포를 이어갔다. 그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국)’ 국가들이 달러 외 기축 통화를 모색하는 것에 대해 “이들 국가는 새로운 브릭스 통화를 만들거나 미 달러를 대체할 다른 통화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100% 관세에 직면하고, 훌륭한 미국 경제와 작별을 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브릭스는 달러화 비중을 낮추는 동시에 브릭스 국가 간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면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 10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서방 강대국이 “달러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