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수미 추모 없고 정우성은 환호…‘그사세’ 영화판”

입력 2024-11-30 16:18 수정 2024-11-30 19:31
29일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정우성. KBS 중계화면 캡처

배우 정우성(51)이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해 혼외자 출산 등 자신을 둘러싼 사생활 논란에 대해 사과한 가운데 그를 향해 박수갈채를 보낸 동료 배우들의 모습은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대중의 정서와 다소 동떨어진 옹호 분위기가 보기 불편했다는 지적이 터져 나온 것이다.

정우성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황정민과 함께 최다관객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이들의 출연작 ‘서울의 봄’이 최다관객상을 수상하자 김성수 감독과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김원국 대표에 이어 두 배우도 차례로 소감을 밝혔다.

이날 자리는 정우성이 모델 문가비와 혼외자를 얻은 사실을 인정한 이후 처음 참석한 공식석상이어서 이목이 집중됐다. 용기를 내 청중 앞에 나선 그는 “‘서울의 봄’과 함께했던 모든 관계자에게 제 사적인 일이 영화에 오점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29일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정우성. KBS 중계화면 캡처

그는 이어 “저에게 사랑과 기대를 보내주셨던 모든 분에게 염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모든 질책은 제가 받고, 안고 가겠다. 그리고 아버지로서 아들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상식 이후 온라인에서는 정우성의 발언 자체보다 이때 동료 배우들이 보인 반응을 놓고 여러 말이 나왔다. 정우성이 마이크 앞에 선 순간 카메라에 잡힌 객석의 배우들은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보냈는데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엑스(X·옛 트위터) 등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을 살펴보면 “저게 환호까지 할 일이냐”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동료니까 그럴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일부에 그쳤다.

29일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정우성을 향해 환호하는 동료 배우들. KBS 중계화면 캡처

29일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정우성을 향해 환호하는 동료 배우들. KBS 중계화면 캡처

일부 네티즌은 영화 배우들이 정우성을 향해 환호하는 장면을 짧은 영상으로 편집해 올리면서 “한국영화계 요약”이라거나 “한국영화가 망하는 이유”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중의 눈치는 전혀 보지 않는” 모습을 보니 대중과 동떨어져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여주는 듯하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고(故) 김수미 추모 언급은 없고 사생활 스캔들 터진 정우성한테 환호하는 게 영화계 수준이냐”는 실망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우성의 혼외자 존재가 알려진 이후 그에게 다른 연인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비연예인 여성들과 나눈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메시지) 등까지 잇달아 유출되면서 여론이 더 악화한 탓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청룡영화상 측은 공식 인스타그램에 정우성 클립 영상을 올리면서 “청룡의 진심, 정우성의 진심”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빈축을 샀다. 여론을 의식한 듯 해당 게시물 댓글 창은 닫아뒀다.

29일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정우성. 청룡영화상 인스타그램 캡처

다만 배우 개인의 사생활이 과도하게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는 분위기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온다. 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배우들이 환호했다는 논란에 대해선) 물론 동료의식도 있겠지만 보통 시상식에선 박수를 치지 않나. 그런 정도의 반응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정우성씨가 정면돌파한 것은 잘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정 평론가는 “(혼외자 이슈는) 사람마다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쉽사리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는 없는 문제”라면서 “물론 실망감이 들 수는 있지만 배우의 사생활은 그냥 사생활로 보면 좋겠다. 비난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대중의 에너지를 보다 진취적인 일에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