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브로맨스’에 세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개성이 강한 두 사람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협력하고 있지만 조만간 깨질 관계라는 의견이 적잖다. 하지만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는 한 장기간 협력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상도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인수팀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는 또 다른 알파(우두머리)와 함께 있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가 곧 머스크에게 싫증 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평소 자신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이 있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머스크와의 관계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머스크 CEO가 너무 거물급이라는 인식도 있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을 잘 아는 공화당 측 한 로비스트는 “트럼프의 측근 그룹에선 머스크가 트럼프와 함께하기에는 너무 거물”이라고 전했다.
미국 시사지 더 네이션의 발행인인 카트리나 반덴 휴벨은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문에서 “분석가나 논평가들도 두 나르시시스트 사이의 허니문이 얼마나 오래갈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휴벨은 “이들의 관계는 (대선을 위해 일시적으로 뭉친) 트럼프 동맹과 마찬가지로 매우 위험하고 취약하다”고도 적었다.
ABC 방송에 출연한 언론인 애덤 클라크 에스테스도 “두 사람이 그리 오래 친구로 지낼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머스크가 두 달가량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한다면 트럼프 행정부에 강한 인상을 남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재집권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신설될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명됐다. 그는 47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 선언을 한 뒤 적극적으로 정책 조언을 하고 자금을 대며 밀접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머스크는 대선 후 정권 인수팀이 차려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의 트럼프 소유 리조트에서 함께 지내며 그에게 가족과 같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 거물의 관계가 오래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서 백악관 취재를 맡고 있는 매기 하버먼 선임기자는 CNN방송 ‘앤더슨 쿠퍼 360’에 출연해 “대선 직후부터 트럼프 주위에서 머스크가 자신이 없어도 되는 정권인수팀 회의에 나오는 등 너무 많이 등장한다는 불평이 많았지만 둘의 관계는 꽤 견고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자기 주변에 너무 오래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도 언급했다. 하버먼 기자는 “둘은 공통점이 있다. 머스크도 트럼프처럼 갑부”라며 “트럼프는 부(富)에 엄청나게 끌리는 사람이고 재산을 지성과 동일시하는 사람이라 둘의 관계는 꽤 오래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인 가족과 함께 트럼프의 저택에서 열린 추수감사절 만찬에 참석해 주빈석을 차지했다. X(옛 트위터)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인의 오른쪽 옆자리에 앉아 있다. 왼쪽 옆자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아들 배런 트럼프가 배석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배런의 옆자리에 앉으며 머스크와 트럼프의 ‘브로맨스’를 다시금 각인시켰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