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 “나토 가입 승인하면 휴전 협상 나설 것”

입력 2024-11-30 10:15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점령된 지역을 되찾지 못해도 휴전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처음 시사했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승인을 조건으로 내걸면서다.

29일(현지시간) 영국 방송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인터뷰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고 러시아가 지금까지 점령한 영토를 갖는 협상안’에 대해 묻자 “전쟁의 과열 국면을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가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땅에 대해서 나토 회원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며 나토 가입을 조건으로 휴전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을 멈추고 싶다면 우리 통제 아래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나토의 보호 아래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빨리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면 우크라이나 점령지는 우크라이나가 외교적 방법으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휴전 협상 결과 러시아에 점령된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는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을 수용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이날 나토 회원국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초청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나토 외무장관 회의가 열리는 다음 달 3~4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첫 단계인 ‘가입 초청’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지해달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처럼 조속하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나토 회원국들은 원론적으로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가입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지난 7월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 “되돌릴 수 없는 경로에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가입 초청 등 직접적인 조치는 시작하지 않았다.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나토 간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휴전 협상의 조건으로 들고나온 것은 현재의 병력과 무기 수준으로 전세를 뒤집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선의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일부 군 지휘부 인사도 단행했다. 북동부 하르키우 전선을 책임지던 미하일로 드라파티 소장을 새 육군 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육군의 전투 효율성을 눈에 띄게 높이고 병력 훈련의 질을 보장하며 인적 자원 관리에 혁신적인 방식을 도입하는 게 우리 군의 주요 과제”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고, 이후 영토의 20%를 러시아에 점령당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8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으로 진입해 교전을 벌이고 있지만 점령 지역의 40%를 다시 러시아 측에 내줬다. 우크라이나군이 전세에 변화를 일으키기엔 병력과 무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