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합의 불발… 민주당, 감액안 사상초유 강행처리

입력 2024-11-29 19:02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등 소수 인원만 참여한 이른바 '소(小)소위'에서 박정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예산안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야당은 증액 없이 정부원안에서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예결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사상 초유다. 주요 사업에 대한 증액을 포기하더라도 정부 예비비와 검찰 관련 예산 등의 감액을 관철하겠다는 야당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는 29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와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를 잇달아 열고 2025년도 예산안 협상을 진행했다. 여야는 최종 합의에 실패했고, 민주당은 감액안만 반영한 예산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반발해 퇴장하기도 했다.

야당이 강행 처리한 감액 수정안은 정부안 677조4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을 줄인 것이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허영 의원은 “예산 집행 투명성 문제가 제기돼 왔고 전년 대비 크게 증액된 정부 예비비를 2조4000억원 감액했고, 최근 금리 변동 추세 및 하락 전망을 감안해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을 5000억원 줄였다”고 설명했다. 검찰 소관 특정업무경비 507억원 및 특수활동비 80억원 감액도 반영됐다.

그동안 여야는 대통령실과 검찰·경찰·감사원 등에 대한 예산 삭감 등을 두고 대치해 왔다. 예결위에서 여당은 앞선 각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삭감된 예산의 복원을 주장했지만, 야당이 삭감을 고수하며 합의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대왕고래 프로젝트(505억원), 용산어린이정원 조성 사업(416억원),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1563억원),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1500억원) 예산을 두고도 민주당은 ‘삭감’, 국민의힘은 ‘정부안 유지’를 주장하며 대립해 왔다.

민주당은 감액 수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2조원 증액 등 야당이 그간 주장해 왔던 증액사업을 포기했다. 이재명 대표의 역점사업 예산 증액을 포기하더라도 정부 예비비와 검찰 예산은 반드시 삭감하겠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예결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은 오로지 ‘이재명 하명’, 오로지 ‘이재명 방탄’을 위한 분풀이식 삭감을 내년도 예산안 심의 방향으로 삼고 검찰, 경찰, 감사원 예산을 삭감해 그 기능을 무력화시켰다”며 “민생의 보루인 예산마저도 이재명 아래 있다는 것을 민주당 스스로 증명해준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예결위에서 강행 처리한 감액 수정안은 예산안 처리기한인 다음 달 2일 본회의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감액 수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지 미지수다. 여야 합의 없이 일방 처리된 수정안을 상정하는 데 우원식 국회의장이 부담을 느낄 수 있고, 예산 증액이 반영되지 않은 만큼 야당 지역구 의원 사이에서도 반발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현수 박장군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