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걸린 딸 위해 740㎞ 걸은 전요셉 목사…‘사랑이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입력 2024-11-29 17:49 수정 2024-12-01 10:55
전요셉(왼쪽) 목사가 29일 서울 광화문을 끝으로 740km에 이르는 국토대장정을 완주했다. 전 목사가 광화문에 도착해 이상아(오른쪽) 사모와 딸 사랑이를 안는 모습.

듀센근이영양증(DMD)에 걸린 3살배기 딸 전사랑양을 위해 740㎞에 달하는 국토대장정에 나선 전요셉(33) 청주 오산교회 목사가 22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전 목사가 29일 최종 목적지인 서울 광화문에 도착하자 이상아(33) 사모와 딸 사랑이가 전 목사를 맞았다. 이 사모는 남편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전 목사는 사랑하는 가족을 마주하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꽉 끌어안았다.

전 목사는 “사랑이를 도와주신 많은 분의 작은 빛이 모여, 이제 크고 환한 빛을 만들어냈다”며 “두려웠던 내일이 희망찬 내일로, 기대되는 내일로 바뀌었다. 응원해주시고 후원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완주 소감을 밝혔다.

전요셉 목사가 29일 서울 광화문에 도착하자 마중나온 이상아 사모와 딸 사랑이가 반기고 있다.

이어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 길을 걸어도 내일이 어두워 보였는데 어느 순간 한분 한분이 작은 빛들을 모아주셔서 힘이 됐다”며 “진행성 근육병을 앓는 아이들은 오늘의 근력이 가장 강하다. 하루라도 빨리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되기를 바란다.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듀센 근이영양증은 유전자 이상으로 팔이나 다리, 몸통 등 근육이 퇴행해 10세 전후로 보행 능력을 잃고, 20대에 호흡기 근육 장애로 자가 호흡이 힘들어지는 질환이다. 환자 대부분 30대에 사망하는 희소유전질환으로, 주로 남성에게서 발병하지만 5000만명 중에 1명꼴로 매우 드물게 여아에게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엘레비디스’라는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약값과 치료비까지 더하면 약 330만 달러(한화 약 46억원)에 달해 현실적으로 접근이 어렵다. 전 목사가 ‘46만명 1만원의 기적 챌린지’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46만명에게 1만원씩 후원받는 챌린지는 전 목사가 칠레에서 사랑이와 똑같은 병을 앓고 있는 한 환우의 엄마가 국토대장정에 나서 치료비 53억원 마련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시작하게 됐다.

전 목사는 딸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지난 5일 부산 기장군을 시작으로 울산, 경북 포항·경주, 대구, 대전, 충북, 충남 천안, 경기도 평택·오산 등을 거쳐 서울 광화문에 도착했다. 그는 어떤 교통수단도 이용하지 않고 오직 걸어서만 이동했다. 그가 걸어온 발걸음에는 딸을 치료하고자 하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

전 목사는 국토대장정 과정을 유튜브 채널 ‘사랑이와 함께 love’와 소셜미디어에 매일 공유했다.

본보 보도 이후 후원의 손길 이어져

앞서 지난 15일 국민일보가 전 목사의 이야기를 최초 보도(2024년 11월 15일자 35면)한 이후 교계 안팎으로도 후원이 이어졌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사랑이를 돕기 위해 ‘46만 명 1만원 기적의 챌린지’에 동참했다. 김 지사는 “사랑이가 건강한 성인으로 마음껏 자신이 꿈을 펼치는 기적을 만들 챌린지에 동참하게 돼 감사하다”며 “도민들도 사랑이 가족을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지사를 비롯해 충북도청 공무원 노조도 전직원 모금운동에 동참해 후원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아울러 소셜미디어(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전 목사의 사연을 접한 인플루언서도 1만~10만원 상당의 후원 내역을 인증해 네티즌들에게 후원 동참을 요청했다.

전 목사는 “현재까지 약 13억7000만원이 모금됐다”며 “1만원으로 따지면 13만7000여명이 후원에 나선 셈이다. 도와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지난 20일 기준 1억2000만원이었던 모금 규모는 열흘 새 12억5000만원이나 늘어났다.

사랑이 위한 기적은 계속된다

전 목사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응원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지만, 일부는 개인 후원 방식에 우려를 나타냈다. 치료비 명목으로 후원을 받아 사적으로 유용했던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를 예로 들며 후원 과정이 투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 목사는 “지금까지 개인 계좌로 받은 금액과 후원자 명단을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하기로 했다”며 “후원금은 사랑이 치료에만 투명하게 사용하고, 치료 과정도 SNS에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충북공동모금회는 대장정 기간 모금된 후원금을 받은 뒤 1년간 특별모금도 진행할 예정이다.

사랑이는 증상을 늦추는 재활치료를 일주일에 3번씩 하고 있다. 다리 근육이 약해 뛸 수 없고, 계단은 손잡이를 잡고 겨우 오른다. 새벽에는 다리 근육 경련이 일어나 응급실에 가는 상황도 발생한다.

전 목사는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고백했다. “이 여정을 완주할 수 있었던 건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라고 하신 말씀 붙잡고 사랑이의 기적이 실현될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