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을 확장하는 매체로서 마을신문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형훈 제주언론학회 회장은 29일 호텔 리젠트마린 더블루에서 열린 ‘제주학연구센터·제주언론학회 공동 세미나’에서 ‘제주학 확장 매체로서 마을신문의 가능성’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형훈 회장은 “아라동 주민들이 발간하는 아라신문에 ‘이렇게 살았수다’라는 코너가 있었다. 주민들이 살아온 이야기가 개인의 삶에서 공공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숨겨진 이야기로 ‘발굴’되었다”며 “마을신문은 언론이 관심을 두지 않는 마을의 작은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제주학을 확장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하지만 마을신문은 지속적인 지원이나 관심 부족으로 거의 발행되지 않고 있다”며 “주민자치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신문을 지원하고, 미디어 교육을 상시 진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학을 확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언론과 제주학연구센터 간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정원 제주언론학회 총무이사는 ‘소멸 위기 앞에서 제주학과 언론학은 어떻게 네트워크 할 것인가’ 주제 발표에서 “언론은 역사를 매일 관찰하고 기록한다는 점에서 제주학의 확장에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기자들은 제주학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고, 제주학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는 도민사회에 알려지지 않으면 확장에 한계를 안게 된다”며 “상시 네트워크를 통해 제주학의 소멸 문제를 해소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식 기구를 통해 제주학에 대한 전문 교육을 제도화함으로써 제주학에 대한 담론을 도민사회에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정원 이사는 제주학의 연구 대상이 되는 ‘지역 문화’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이사는 “기후 변화로 올해 무나 콩 등의 작황이 안 좋은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제주의 ‘무’가 사라지면 ‘놈삐’라는 제주어가 사라지는 것처럼 지역의 문화를 정치·행정·관광·1차 산업 등과 광범위하게 연결된 종합적인 개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지역학의 소멸 문제에 대해 제주도나 언론 등 도민사회는 기업을 유치하거나 지원을 확대하자는 등의 경제적 해결 방향만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러한 전제에서 이뤄지는 소멸 위기 담론에는 ‘삶’과 ‘지역’이란 본질이 빠져 공허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는 김순자 제주학연구센터장이 좌장을 맡고, 이진영 제주기록문화연구원 부원장, 정용복 제주언론학회 부회장, 김용현 전 제민일보 편집국장이 참여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