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헤즈볼라 불안한 휴전… 발효 이튿날 軍시설 타격

입력 2024-11-29 16:08 수정 2024-11-29 16:57
이스라엘군 전차가 28일(현지시간) 레바논 접경인 자국 북부의 농가 인근 도로에서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60일간의 임시 휴전 이틀째인 28일(현지시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군사 시설을 공습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서로 “협정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며 불안한 휴전을 이어가는 동안 레바논 남부 국경을 떠났던 피란민들은 폐허로 바뀐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중거리 로켓 보관 시설을 공습했다. 휴전 협정 발효 후 처음으로 단행된 공습이다. 앞서 양측은 지난 27일 오전 4시를 기해 이스라엘 지상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철군하고, 헤즈볼라가 중화기와 함께 리타니강 북쪽으로 물러나는 60일간의 임시 휴전에 들어갔다. 국경과 리타니강 사이 30㎞ 구간은 양측의 휴전 협정 이행을 위한 완충지대로 설정됐다.

완충지대에 주둔하며 이스라엘·헤즈볼라의 협정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레바논 정규군은 이날 “이스라엘이 지금도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며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며 “관계 당국과 협의해 후속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바논 의회의 헤즈볼라 소속 의원인 하산 파드랄라도 이스라엘의 휴전 협정 위반을 주장하며 “이스라엘이 국경 마을로 돌아가는 레바논 민간인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헤즈볼라의 대응 계획에 대해서는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헤즈볼라는 전날 이스라엘군의 철수에 대해 “방아쇠에 손을 얹고 감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고 “(레바논 남부에서) 휴전 협정을 위반한 몇 가지 의심스러운 활동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합의에서 벗어난 모든 행위에 대해 총성으로 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휴전의 틀을 깨면 강력한 전투로 대응하라고 군에 지시했다”며 엄포를 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레바논 피란민 수천명이 남부와 동부의 마을로 기쁜 마음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하지만 그들의 앞에 놓인 것은 파괴된 마을과 무너진 수천 채의 건물”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전쟁과 분열로 타격을 입은 레바논은 휴전 이후에도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 휴전 협정을 흔들 정도의 불안정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와 국경을 맞댄 자국 북부 주민들에 대한 귀환을 지시하지 않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