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지 않는 것은 물론 사망 보험금까지 타내려 고교 후배를 필리핀에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용균)는 강도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보험청약서 위조에 가담한 혐의(사기미수 등)로 함께 기소된 보험설계사인 지인 B씨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 재산을 가로채고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유인해 살해했다”며 “B씨와 공모해 피해자 명의의 보험 청약서를 위조한 뒤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고 법원에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잘못을 진정 참회하거나 반성하지 않았고 유족에게 사과도 하지 않는 등 피해 회복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B씨 양형에 대해서도 “보험금 지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A씨와 공모해 보험 청약서를 위조하고 보험금을 가로채려 했다”며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점,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돈을 갚을 능력이 없음에도 후배 C씨에게 6000만원을 빌린 뒤 변제 요구를 받자 평소 알고 지내던 보험설계사 B씨를 가담시켜 보험계약 청약서를 위조했다. 1년 뒤 빚 탕감과 7억원 상당 사망 보험금 수령을 목적으로 C씨와 단둘이 필리핀 보라카이로 여행 간 뒤 숙소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탄 숙취해소제를 먹여 의식을 잃게 하고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B씨에게 징역 9년을 각각 구형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