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이틀 연속 내린 역대급 폭설에 28일 수도권 곳곳에선 눈과 관련한 진풍경이 속속 포착됐다.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각자가 접한 다양한 이색 장면이 공유됐다.
이날 오전 경기 남부, 특히 수원과 용인 등은 밤새 내린 폭설로 마을버스가 끊기고 열차가 지연 운행되는 등 출근 대란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수원시 광교의 한 도로에서는 아예 스키를 타고 출근하는 시민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퍼지며 화제가 됐다.
사진 속 주인공은 자신의 모습이 화제가 되자 직접 인스타그램에 게시글을 올려 “새벽에 기상예보를 보고 스키를 타고 출근해야겠다고 생각했다”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학교 선생님인 그는 국가대표 스키 선수 출신 학교 선생님으로 알려졌다. 스키까지 타고 출근엔 성공했지만, 정작 학교가 폭설 탓에 휴업을 해 출근이 무의미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갑작스러운 폭설에 주차장 입구가 무너지고 나무거 쓰러지는 등 위험한 상황을 접한 목격담도 이어졌다.
미끄럽고 추운 날씨 속에 오히려 서로를 돕는 시민들의 이야기가 주목받기도 했다. 첫눈이 내린 지난 27일 저녁에는 지프(JEEP) 랭글러 동호회의 네이버 카페 ‘랭글러 매니아’에 폭설로 수로에 빠진 차를 꺼내달라는 구조 요청이 올라왔다. 작성자가 올린 사진을 보면 실제 차 한쪽 바퀴가 수로에 빠져 기울어져 있었다.
같은 날 밤 12시쯤 그가 올린 글에 ‘전국 각지에서 7대의 랭글러가 출동해 구조를 무사히 마쳤다’는 후기 댓글이 올라왔다.
이번 눈이 워낙 적설량도 많은 데다 습한 눈으로 잘 뭉쳐져셔인지 상상을 뛰어넘는 모습의 눈사람들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거의 예술작품과 같은 조각도 등장했다.
한 예술대학 앞의 벤치에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재현한 조각이 만들어졌다.
엑스(X)에 이 사진을 공유한 사람은 이 눈사람을 보고 ‘미대는 눈으로 피에타도 만드는구나’라며 신기해 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무에 쓰러지듯 기대어 앉아 술병을 들고 있는 만취한 눈사람의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눈 털어내면 안에 사람 있을 것 같다’, ‘길거리 쓰레기 투기도 예술적으로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들과 아들 친구가 만들었다며 상반신 모습을 표현한 눈사람도 특이했다. 작성자는 스스로 눈사람이 ‘징그럽다’는 감상평도 남겼다.
한편 전혀 눈이 오지 않은 부산 상황이 대비되기도 했다. 한 글쓴이는 ‘윗동네는 폭설로 난리인데... 부산엔 이번 겨울엔 눈이 올런지’ 라고 적었다. 한반도 지도를 엎드려 앉은 호랑이에 빗댔을때 부산이 엉덩이 위치에 가깝다는 점에 착안해 “한반도 호랑이가 ‘엉뜨’(엉덩이 뜨겁게 하는 차 열선) 켰다”고 표현하는 밈도 등장했다.
실제 이날 수도권, 강원 등에서 폭설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부산에서는 일부 지역에만 눈이 흩날리다 사라져 공식적인 ‘눈’으로도 기록되지 않았다.
박주원 이가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