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끊으며 “위약금 안 내겠다”는 뉴진스… 근거가 뭘까

입력 2024-11-29 07:00 수정 2024-11-29 07:00
걸 그룹 ‘뉴진스’ 멤버들이 28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 센터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소속사 어도어와 전속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걸 그룹 ‘뉴진스’ 멤버들이 29일 자정을 기점으로 소속사 어도어와 전속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이들이 28일 기자 회견을 열고 밝힌, 위약금을 내지 않겠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뉴진스 멤버 해린은 이날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 센터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저희는 전속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최선을 다해 활동했으므로 위약금을 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의 어도어와 하이브(어도어의 모기업)가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책임은 어도어와 하이브에 있다”라고 말했다.

해린이 지적한 ‘책임’의 단서는 앞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기자 회견 과정에서 공개된 어도어-뉴진스 간 계약 내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양측의 계약서에는 ‘제3자가 뉴진스의 연예 활동을 방해하는 경우 어도어는 이를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어도어가 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 뉴진스 구성원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뉴진스는 하이브가 다른 산하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걸 그룹 ‘아일릿’이 자신의 콘셉트를 모방하도록 방치하는 등 부당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또 뉴진스 멤버 하니는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에서 마주친 아일릿과 그 매니저를 향해 인사했지만 매니저로부터 “무시하라”라는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뉴진스 팬들은 이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걸 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 감사에 직장 내 괴롭힘 증인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뉴진스는 보름 전인 지난 13일 어도어에 “하이브의 이런 문제를 시정하고 하이브가 사내 이사로 내려 앉힌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대표로 다시 복귀시켜달라”라는 취지의 내용 증명을 보냈다. 어도어는 SNS 엑스(X·옛 트위터)에 “하니의 말을 신뢰한다. 빌리프랩은 하니의 피해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상호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라는 입장문을 냈다.

뉴진스 멤버들은 하이브와 갈등을 빚게 된 이런 일련의 사태가 계약서에 담긴 ‘제3자의 뉴진스 연예 활동 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어도어가 적극적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입장문 만 낸 것이 응당 취했어야 할 ‘이를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서 부족했다고 여긴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의 계약 해지 원인이 어도어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어도어는 이런 뉴진스의 주장을 곧바로 일축했다. 어도어는 기자 회견 직후 낸 입장문을 통해 “(뉴진스가 지난 13일 보낸) 내용 증명에 대한 회신을 받기도 전에 계약 해지 기자 회견을 연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계약 당사자인 어도어는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다. 신뢰가 일방적으로 깨졌다고 주장하는 것이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뉴진스 멤버들은 “어도어와 계약을 해지한 상태로 연예 활동을 이어가겠다”라고, 어도어는 “앞으로 계획된 일정도 지금처럼 어도어와 함께해야 한다”라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연예계에서는 뉴진스의 위약금이 적게는 3000억원, 많게는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양측이 전격 합의에 이르지 않는 한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다투는 일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