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미국 메타플랫폼스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오랜 악연을 쌓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남에 성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사안을 알고 있는 최소 세 명의 인사’를 인용해 “저커버그가 마러라고에서 트럼프와 만났다. 이는 트럼프와 긍정적인 관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라며 “트럼프는 오랫동안 저커버그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보수적인 견해를 검열한다고 비판해 왔다”고 보도했다.
마러라고는 트럼프의 개인 별장이자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집권 2기 행정부의 정권 인수단을 꾸린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소재 리조트다. 저커버그는 트럼프를 만나기 위해 지난 26일 웨스트팜비치에 도착했고, 이튿날 마러라고에서 트럼프를 만났다.
NYT는 “저커버그가 트럼프와 대화를 나눴고 당선을 축하했다”며 “마러라고에서 트럼프와 저커버그가 저녁을 함께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메타는 성명을 내고 “저커버그가 트럼프의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됐고, 측근들과 교류했다”며 “미국의 기술혁신을 위해 중요한 순간이었다. 저커버그는 트럼프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마지막 해인 2020년 대선에서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의견들을 차단했고, 특히 저커버그가 자신의 낙선을 위해 모략을 꾸몄다고 주장했다. 올해 미국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저커버그에게 ‘여생을 교도소에서 보낼 것’이라며 재집권 이후 보복도 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커버그는 대선 선거운동 기간 중 트럼프와 최소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하며 관계 회복에 나섰고, 지난 7월 유세장 피격 사건 이후 “트럼프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인사까지 건넸다. 트럼프는 이런 저커버그를 지난 5일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지 3주 만에 만나 만찬까지 나눴다.
트럼프의 재집권 과정에서 최측근이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저커버그와 악연을 쌓았다. 지난해 저커버그가 트위터(엣스의 전신)에 맞서는 소셜미디어 스레드를 출시하는 과정에서였다.
당시 머스크는 스레드에 대한 네티즌의 분석에 댓글을 달고 비꼬는 말을 하는 과정에서 엉뚱하게 ‘현피’ 분위기를 조성했다. 현피는 온라인상의 말다툼을 계기로 현실에서 벌어진 격투를 말한다.
당시 저커버그는 머스크의 현피 신청을 받아들인다는 취지로 인스타그램에서 “장소를 찍으라”고 적었고, 머스크는 엑스에서 “진짜라면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두 CEO의 실전 격투는 벌어지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