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해 해저 케이블 절단… 中선박 조사 대상 지목

입력 2024-11-28 17:26 수정 2024-11-28 17:29
중국 화물선 이펑 3호. AFP연합뉴스

발트해 해저 케이블 두 곳이 절단된 사건과 관련해 중국 선적 화물선 ‘이펑 3호’가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 배는 자동식별장치를 끄고 약 180㎞를 닻을 내린 채 항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 당국은 러시아 정보기관의 사주를 받은 선원들이 이 사건을 계획적으로 저지른 사보타주(파괴공작)일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스웨덴과 독일, 덴마크 당국이 이펑 3호의 선원들이 고의로 해저 케이블을 절단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사에 참여한 고위 관리는 “이펑 3호가 닻을 내리고 항해했다는 사실을 선장이 몰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해저에서 닻이 끌리면 배 속도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상황을 선원들이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이펑 3호는 지난 14일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서 출발해 러시아산 비료를 싣고 이동했다. 17일 오후 9시쯤 스웨덴과 리투아니아 사이 해역에서 닻을 내린 채 항해하며 첫 번째 해저 케이블을 절단했다.

이후 닻을 내린 상태로 이동을 이어간 이펑 3호는 다음 날 오전 3시쯤 독일과 핀란드 사이 해역에서 두 번째 해저 케이블을 끊었다. 이때까지 이 배는 약 180㎞를 항해한 상태였다. 두 번째 케이블이 절단된 뒤 이펑 3호는 닻을 올리고 특이하게 지그재그 항로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선박의 자동식별장치(AIS)는 작동하지 않았다.

항적 분석업체 케이플러는 “당시 해역은 기상이 양호하고 파도가 높지 않아 닻이 우발적으로 내려갔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현재 이펑 3호는 덴마크 해군 함정의 추적을 받아 덴마크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카테가트 해협에 정박 중이다. 나토(NATO) 회원국인 덴마크, 독일, 스웨덴 군함이 이 선박을 감시하고 있으나 국제해상법상 이펑 3호를 자국 항구에 강제로 정박시킬 수는 없다.

스웨덴과 독일 당국은 이펑 3호에 승선해 선원들을 조사하기 위해 중국 선적사와 협상 중이다. 중국 측은 비교적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국제법에 따라 국제 인프라 안전을 위한 협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유럽 당국이 진행한 수중 조사에 따르면 이펑 3호 닻과 선체에는 해저 케이블을 절단한 흔적이 확인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클라인만에너지정책연구소 벤저민 슈미트 연구원은 “이펑 3호가 2019년부터 올해 3월 초까지 중국 해역에서만 운항하다가 이후 러시아 항구를 거쳐 발트해로 항로를 바꾼 점이 주목된다”며 러시아 개입 가능성에 대해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