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원재료인 카카오 공급 부족 사태가 이어지면서 초콜릿 함유량이 높은 제품들의 가격이 일제히 오르고 있다. 관련 소식이 ‘카카오 쇼크’ ‘카카오 대란’ ‘카카오 비상’ 등의 제목을 단 뉴스로 전해지자 난데없이 판교에 있는 카카오 직원들이 깜짝 놀라고 있다. 뉴스 제목을 본 직원들은 혹여나 회사에 관한 부정적인 소식일까 노심초사하며 제목을 클릭한다는 후문이다.
30일 미국 뉴욕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톤(t)당 2000달러대에 거래된 카카오 선물 가격은 올해 4월 1만20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870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카카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유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서아프리카 카카오 농장의 작황 부진 때문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 가뭄이 빈번해지고 나무에 곰팡이가 피는 감염병이 유행하면서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해졌다. 카카오 생산량 1, 2위를 다투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올해 수확량은 지난해 대비 30% 넘게 급감했다.
카카오 가격 급등 뉴스는 국내 식품기업들과 엮이며 하루에도 수차례 나오고 있다. 해태제과는 다음 달부터 한국인의 대표 간식인 홈런볼과 자유시간 등 제품 10종 가격을 평균 8.59% 인상한다고 밝혔다. 오리온은 61개 제품 중 초코파이를 제외한 13개 제품을 평균 10.6% 올릴 예정이고, 롯데웰푸드는 지난 6월 빼빼로와 가나 초콜릿 등 제품 17종의 가격을 평균 12% 인상했다.
일 년 내내 식품기업 뉴스에 ‘카카오 쇼크’ 단어가 빈번하게 노출되면서 카카오 직원들은 마음을 졸이고 있다.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제목들은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업계에서 카카오 가격 급등 소식은 몇 년 주기로 찾아오는 예측 가능한 사안이지만 그때마다 카카오 직원들에겐 달갑지 않은 소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