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와 수감자 맞교환…“바이든 작별선물·트럼프에 양보 의사”

입력 2024-11-28 17:12 수정 2024-11-28 17:14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 리마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전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간첩 혐의 등으로 구금된 양국 국민을 3명씩 맞교환했다. 수감자 맞교환에 소극적이었던 중국이 퇴임을 앞둔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선물인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에게 양보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홍콩 싱타오망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27일(현지시간) “존 렁, 마크 스위던, 카이 리 등 중국에 수감된 3명의 미국인이 석방돼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에서 근무한 존 렁은 퇴임 뒤 미국 화교단체에서 활동하다 2021년 장쑤성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돼 지난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무역업자인 중국계 미국인 카이 리도 2016년 간첩 혐의로 상하이에서 체포된 뒤 징역 10년 형이 선고돼 복역 중이었다.

마크 스위든은 2012년 중국 둥관에서 마약 제조 및 밀수 혐의로 체포돼 2019년 사형과 함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유엔인권이사회 실무그룹은 2020년 스위든이 직접적인 증거 없이 자의적으로 구금됐으며 이는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미국이 정치적 목적으로 중국인을 탄압하고 박해하는 데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미국에 억류된 중국인 3명이 무사히 중국으로 송환됐다고 밝혔다. 중국은 석방된 중국인 3명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 쉬옌진과 중국계 미국인 지차오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했다.

쉬옌쥔은 중국 국가안전부 간부 출신으로 미국에서 산업기밀 등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체포돼 2022년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지차오춘은 2016년 미 육군 예비군 복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뒤 중국 국가안전부의 지시에 따라 미국 방산업체 직원과 기술정보 등을 수집한 혐의로 체포돼 2022년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지차오춘이 접촉한 중국 정보요원에는 쉬옌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중국 측 수감자 석방과 동시에 중국에 대한 여행 권고 기준을 기존 3단계(여행 재고)에서 2단계(주의)로 한 단계 낮췄다. 국무부 관계자는 “수감자 맞교환이 중국 여행경보를 낮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두이화재단의 존 캄 설립자는 “중국에 있어 수감자 맞교환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중국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작별 선물일 뿐만 아니라 트럼프 당선인에게 향후 중국이 양보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전한 것”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SCMP는 이번 맞교환을 “바이든 행정부 임기 종료를 50여일 남긴 상황에서 이뤄진 보기 드문 외교적 합의”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부당한 이유’로 구금된 미국인 석방을 위한 외교적 교섭을 벌여왔는데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협상이 중단될 것을 우려해 서둘러 마무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