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눈단풍’인가”… 단풍이 채 가기 전에 찾아온 눈[포착]

입력 2024-11-28 16:33
28일 경기도 오산의 한 공원에서 단풍이 채 지지 않은 나무 위에 눈이 내려앉은 모습. 독자 제공

전국적으로 11월에 이례적으로 많은 양의 눈이 내리면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눈이 아직 채 지지 않은 단풍과 만나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가을을 대표하는 단풍과 겨울의 상징인 눈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이질적이면서도 신비롭다는 감탄이 나왔다.

28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단풍이 아직 그대로인 나무 위로 눈이 쌓이고 있다. 국민일보 DB

폭설이 이어진 27, 28일 서울 곳곳에선 빨갛고 노란 단풍나무 위에 내려앉은 눈이 행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눈 덮인 단풍나무의 사진을 올린 시민들이 “단풍이 다 지기도 전에 눈이 왔다” “아직 단풍이 한창인데 눈이라니 부조화스럽다” “다 못 진 단풍이나 꽃 위에 눈이 잔뜩 쌓여서 안쓰러웠다” “단풍은 아직 그대로인데 눈이 내리는 게 기분이 묘하다” 등 놀라움을 표했다.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단풍이 아직 그대로인 나무 위로 눈이 쌓이고 있다. 국민일보 DB

낯설지만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경이라며 감탄을 쏟아내기도 했다. “단풍 위에 눈이 내린 게 신기하다” “단풍잎에 눈이 쌓인 건 처음 본다” “빨간 단풍에 쌓인 눈이 정말 예쁘다” “단풍과 첫눈이 함께라니 정말 낯설지만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서울시내 단풍나무에 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기후변화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눈 덮인 단풍나무는 ‘지각 단풍’과 ‘11월의 폭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둘 다 이례적인 현상이다. 올해 북한산은 역대 가장 늦은 시기인 지난 4일에서야 단풍이 절정에 이르렀다. 첫 단풍 역시 지난달 23일로 평년보다 8일 늦게 시작됐는데 1986년 관측 이후 가장 늦은 시기였다.

28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단풍이 아직 그대로인 나무 위로 눈이 쌓이고 있다. 국민일보 DB

SNS에는 “여름은 말도 안 되게 덥고 길더니 나뭇잎도 안 떨어졌는데 폭설이 40㎝나 오는 날씨가 됐다”며 “목련과 벚꽃이 같이 필 때만 해도 이렇게 장미에 눈 덮인 걸 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기후변화로 인한 일련의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이번에 내린 폭설은 기후 변화의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지난 이틀간 내린 눈은 양이 많기도 하지만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는 ‘습설’이었다. 습설은 비교적 무거운 눈이기 때문에 단풍나무 위에 쌓일 수 있었다. 눈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휘어지거나 꺾여버린 나무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강원 대부분 지역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지난 27일 오전 춘천시 교동 한 단풍나무에 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허창회 이화여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석좌교수는 “앞으로도 가을은 길어지고, 습설은 자주 오면서 이런 현상은 반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 교수는 “여름·가을이 길어지면서 바닷물의 온도는 오랫동안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쉽게 식지 않는 반면 대기의 온도는 수시로 바뀌고 있다”며 “해양과 대기의 온도 차가 커지면서 수증기가 그만큼 많아지고, 많은 눈이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무거운 눈이 많이 내릴 것이며 폭우, 폭설이 일상화될 것”이라며 “나무들이 입을 피해가 반복될 수 있으며 인명 피해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도 ‘눈 덮인 단풍나무’에 대해 “우리나라의 계절적 특징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대설이 자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