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5가역 2번 출구로 이어지는 역사 안, 성탄의 기쁨을 가득 담은 크리스마스트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연동교회가 설치한 이 트리는 분주한 지하철역 안에서 작은 성탄의 쉼표를 제공하고 있었다.
28일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문화법인(이사장 주승중 목사)과 서울특별시가 함께한 ‘종로오가다 크리스마스 트리 니팅 캐럴인 서울 2024’가 한국기독교회관과 종로5가 거리 일대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부터 눈이 펑펑 내린 덕분에 흰 눈이 뒤덮인 거리가 자연스럽게 성탄 분위기를 더했다.
‘종로오가다’는 ‘종로5가’와 ‘종로를 오가며 거닐다’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행사 시작은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진행된 ‘크리스마스 트리 니팅(tree knitting) 세리머니’였다. 종로5가 거리의 가로수 60여 그루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뜨개질로 만든 옷을 입고 지나가는 이들에게 성탄의 기쁨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손은희 예장문화법인허브 사무총장은 “트리 니팅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누구나 성탄의 기쁨을 나누는 행사”라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역 주민들이 이곳을 찾아 행복과 위로를 얻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올해 트리니팅의 뜨개옷은 여러교회 및 서울시민 참가자로 문화자원봉사자 30명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이들은 지난 9월부터 매주 모여 세 시간씩 뜨개질하며, 성탄을 기도로 준비했다. 그렇게 더운 여름부터 크리스마스를 앞서 준비하며 길을 오가는 이들에게 기쁨을 선물할 생각에 마음을 담았다.
이날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김주용 목사) 본당에서는 재즈 콘서트 ‘캐럴 인 서울 2024’가 열렸다. 트롬본, 피아노, 드럼, 베이스가 어우러진 이한진 밴드는 흰 눈과 어울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 등 클래식 캐럴을 연주하며 따뜻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냈다. 재즈 보컬리스트 하이진씨가 부른 ‘실버벨(Silver Bell)’은 참석자들에게 성탄의 감동을 더했다.
이어 연동교회의 카페 더게일홀에서는 그림책 ‘행복을 전하는 편지’를 주제로 한 북토크가 열렸다. 총회문화법인 허브가 매달 발행하는 매거진의 박성실 에디터는 책 속 이야기를 바탕으로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전했다. 익명의 편지로 자신이 특별한 존재임을 깨달은 주인공 들쥐의 이야기는 외롭고 무기력한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박 에디터는 “우리는 모두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라며 “성탄을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묘동교회(이요한 목사) 전도부원들과 함께 온 윤미숙(67) 장로는 “종로5가의 크리스마스 트리 니팅을 보며 우리 교회도 시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윤 장로는 “교회가 학원가 중심지인 대치동에 있다”며 “입시생들에게도 성탄의 기쁨과 위로를 전할 좋은 전도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근처에서 분식집 ‘동대문 야채분식’을 운영하는 강필자(57)씨는 불교 신자임에도 이 행사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사진도 많이 찍고, 트리 니팅 덕분에 거리 분위기가 밝아져 장사도 잘된다”며 “요즘 길거리에서 캐럴도 듣기도 어렵고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거의 없는데 강요가 아닌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전해주는 교회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올해 크리스마스 트리 니팅 행사는 제주와 광주 지역으로도 확대됐다. 손 사무총장은 “행사를 통해 성탄의 참된 의미인 사랑과 평안이 길을 걸어가는 행인을 포함해서 누구에게나 전해지길 바란다”며 “내년에는 더 많은 지역으로 확산시켜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