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에서 5시간 대기” 폭설에 항공편 무더기 지연·결항

입력 2024-11-28 15:10

장모(48)씨는 28일 오전 6시40분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향하는 항공편을 이용하려다 불편을 겪었다. 비행기가 이륙하지 않고 주기장에서 장기간 대기했기 때문이다. 항공사 측은 ‘비행기 날개의 눈과 얼음을 제거한 뒤 출발 예정’이라며 예비 출발 시간까지 공지했지만, 시간은 계속 늦춰졌다.

3시간 정도가 지나자 항공기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승객은 “도대체 언제 뜨냐”며 항의했고, 일부는 비행기에서 내렸다. 결국 항공기는 5시간이 지나서야 이륙했다. 장씨는 “기장이 출발 예정 시간을 공지했으나 지켜지지 않았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황이 이어졌다”며 “미리 언질을 주면 좋았을 텐데 항공사의 대응이 아쉽다”고 말했다.

폭설로 인해 항공기 수십 편이 결항하거나 지연되는 일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항공기 결항은 157편, 지연 101편이라고 밝혔다. 전날에는 결항 151편 지연 175편으로 집계됐다.

한국공항공사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김포, 김해, 제주 등 전국 14개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 중 33편이 취소됐고, 136편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공항별로 보면 김포 12, 김해 7, 제주 9, 대구 2, 청주, 울산, 원주공항 각각 1편이 취소됐다.

항공업계는 눈이 내리면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우선 활주로와 유도로 제설작업이 필요해진다. 눈이 왔을 때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는 작업과 비슷하다. 항공기 이착륙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활주로가 워낙 방대해 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항공기 표면에 쌓인 눈을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항공기 날개 위에 쌓이면 공기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게 되면서, 항공기를 끌어 올리는 힘인 양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제빙과 방빙 작업이 이뤄진다. 제빙은 항공기 표면에 붙은 물질을 제거하는 것이고, 방빙은 일정 시간 동안 결빙 물질이 생기지 않도록 특수 용액을 바르는 것이다. 더군다나 항공기를 제빙, 방빙하기 위해서는 공항 내 마련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시간이 장시간 소요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항공사 관계자는 “여러 작업을 거친 뒤 비행기를 띄우다 보니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승객들을 안전하게 수송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항 관계자는 “대설로 인한 항공편의 지연 및 결항으로 운항계획이 실시간으로 변경되고 있다”며 “승객들은 공항이나 항공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운항 현황을 반드시 확인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