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로 인하…한 달 만에 또 내렸다

입력 2024-11-28 09:58 수정 2024-11-28 11:22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8일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시장의 동결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p) 더 낮췄다. 지난달 11일 금리를 3.50%에서 3.25%로 내려 3년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이후 두 차례 연속 인하다.

1400원대 환율 고착,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 확대, 가계부채·부동산 불안 등의 우려에도 금통위가 다시 인하를 단행한 것은 우리나라 경기와 성장 전망이 어두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한은은 이날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정부 출범 리스크(위험) 등을 반영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2.2%, 1.9%로 0.2%p 낮춰 잡았다. 이에 금통위는 금리를 낮추고 시중에 돈을 풀어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라도 살려야 한국 경제의 하강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인하 당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통화 완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한 달 보름 사이 경제성장률 충격, 트럼프 재선 등 한국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굵직한 사건이 잇따랐다. 3분기 성장률이 0.1%에 그쳐 한은 전망치(0.5%)를 크게 밑돌았고, 미약한 내수 회복세를 메워온 수출마저 0.4% 감소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관세 인상, 이민자 추방 등 정책이 내년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실행되면 수출 증가세 둔화, 달러 강세-원화 약세, 원화 절하(가치 하락) 등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등도 우려된다.

다만 연속 금리 인하로 우려되는 부작용도 있다. 우선 최근 1400원을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이 더 들썩일 수 있다. 미국(4.50~4.75%)과 금리 차이가 1.50%p~1.75%p에서 다시 벌어진 점도 부담이다.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을 크게 밑돌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올해 3분기 크게 뛰었다가 4분기 들어 다소 진정된 가계부채와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연속 금리 인하에 다시 자극받는지 여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오늘 금리 인하 결정에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의견이 ‘전원 일치’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소수 ‘동결’ 의견을 제시한 위원 수는 이날 오전 11시10분부터 시작되는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가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