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현정이 15년 만에 출연한 TV 토크쇼에서 전남편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사이에서 낳은 자녀들을 언급했다.
고현정은 27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애들은 보고 사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며 “처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엄마라는 사람은 그냥 편해야 하는데 그건 제게 언감생심”이라고 털어놨다.
고현정은 “(자녀들과) 살이를 같이 안 해서 그런지 쑥스럽고 친하지 않은 감정을 느꼈을 때 친하지 않은 것이 이렇게 슬픈 건지 몰랐다”며 “그 감정이 들면서 너무 슬펐다. 없어진 거니까 채울 수 없지 않나. 많이 속상했었다”고 고백했다.
고현정은 24세였던 1995년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은 SBS 드라마 ‘모래시계’ 방송 당시 정 회장과 결혼을 준비 중이었다면서 “반응이 뜨거웠던 드라마였는데 그때 제 인생의 다음 장을 시작하는 시즌과 겹쳐서 사람들이 원할 때 뚝 끊고 결혼한다고 가버렸다”고 회상했다.
고현정은 “(정 회장과) 스물둘에 만나서 스물넷 넘어가면서 결혼했다. 집중적으로 연애를 한 시기여서 드라마 촬영이 연애를 방해하는 일로 느껴졌다”고 돌이켰다. 이어 “‘결혼하고 이 일은 그만둘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개인 모드로 들어갔었다. ‘모래시계’로 받은 인기는 배우가 살면서 경험하기 힘든 일이었는데 당시엔 그 소중함과 귀함을 몰랐고 별로 느끼고 싶지도 않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없이 결혼하고 일본에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며 “첫아이를 갖기 직전에 ‘모래시계’에 대한 반응을 뒤늦게 접하고 죄책감이 들면서 ‘내가 뭐 한 거지’ 싶더라”고 얘기했다. 이어 “너무 무책임했다. 완벽하게 최선을 다해 산 줄 알았는데 누수가 나고 있는 걸 그때야 느꼈다”며 “계속 눈물이 났는데 누구와도 같이 울지 못했다. 공감해주는 분이 별로 없었다”고 덧붙였다.
고현정은 끝으로 “이 얘기는 꼭 하고 싶었다”며 그간 말 못했던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어쩌다 보니 대중 앞에서 제가 무례할 때가 많았던 것 같다”며 “노화에도 시대감을 잃지 않는 배우의 정신으로 작품을 많이 해서 여러분을 찾아뵙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하는 걸 제 자식들과 연결해서 안쓰럽게 생각해 주시는 분이 많은데 자식들에게 부담되고 싶지 않다. 그냥 엄마는 산뜻하게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면서 “조금 도와 달라. 너무 모질게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여러분과 같이 71년생, 한국에서 태어난 고현정이라는 사람으로 잘 가고 싶다. 오해 많이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1989년 미스코리아 선으로 뽑히며 연예계에 데뷔한 고현정은 '모래시계'로 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1995년 정 회장과 결혼하며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정 회장과의 사이에서 1남1녀를 품에 안았지만 결혼 8년 만인 2003년 이혼했다.
이후 2005년 드라마 ‘봄날’로 복귀해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2009년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해 결혼과 이혼을 둘러싼 루머에 대해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을 열며 대중과 소통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