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는 지난 2월 김현숙 전 장관 사퇴 이후 9개월 넘게 신영숙 차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정책 수요자별로 부서 기능이 갖춰진 유일한 부처인 만큼 업무 공백은 약자 지원에 대한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신 차관은 주 1~2회 현장 행보로 빈틈을 메우고 있다.
취임 11개월을 하루 앞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신 차관은 “장관 공석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을 알지만, 업무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여가부는 먼저 협업을 요청해야 하고,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부처다 보니 더 절실하게 했다고 자부한다”고 평가했다.
지난 22일에는 신 차관이 부서 직원과 동행하지 않고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청소년쉼터를 깜짝 방문했다. 집을 떠난 청소년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곳이다. 신 차관은 “차관이 연락도 없이 직접 왔다고 하니까 ‘못 믿겠다’는 반응이어서 명함을 주면서 인사를 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장 방문을 예고하면 갖춰진 현장을 볼 수밖에 없어 그대로의 모습을 보기 어려울 때가 있다”며 “현장은 정책을 폭넓게 이해하고 방향을 만들어내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청소년 한부모나 고립·은둔 청소년, 청소년 마음 건강 등 기존에 주목받지 못했던 지원도 올해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그는 “청소년 문제는 ‘사춘기라 그렇겠지’라는 생각에 그냥 두는 경우도 많지만, 조기 개입을 하지 않으면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의 마음으로 보면 청소년 사업은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아이 일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며 “그렇다 보니 홍보 캠페인에도 진심으로 참여하게 되고, 시설 종사하는 분들의 어려움에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 차관은 지난달 고립·은둔 청소년 시설 관계자들에게 자필로 감사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내년 7월부터는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 가정에 월 20만원의 양육비를 선지급하는 제도도 시행된다. 신 차관은 “한부모 월평균 소득은 전체 가구 소득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한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지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이들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지급제 실무를 담당하는 양육비이행관리원도 지난 9일 독립 법인화했다.
부처 간 협업이 활발했던 것도 여가부 성과로 꼽힌다.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이나 인구감소지역 청소년 지원 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과 ‘부부 차관’인 신 차관은 지난 7월 위기임산부 상담기관을 함께 찾기도 했다. 신 차관은 “일을 할 때 가족관계를 생각한 적은 없지만, 모든 부처와 빈틈없이 협업하려고 했다”며 “복지부가 청년·아동 복지 쪽을 하고 있고 여가부는 아이 돌봄과 한부모 지원 등을 하기 때문에 연결되는 분야가 많고, 여러 부처의 정보가 모여 정책적 연계를 할 때 더 큰 힘이 생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 출신인 신 차관이 여가부에 와서 공을 들인 것은 부처 내 일하는 분위기를 바꾼 것이다. 당시 여가부는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지 이슈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는 “여가부는 수요자 대상 부처로서 가장 말단에서 이뤄지는 정책 효과성에 대한 성과를 논해야 하는 곳”이라며 “들인 공에 비해서는 성과가 잘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타 부처에 협업을 요청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신 차관은 취임 직후부터 올 상반기 내내 직원 교육을 준비했고, 하반기에는 관리자와 직원에 대한 교육을 이원화하는 등 내부 문화를 바꾸기 위한 고민을 이어갔다. 차관이 직접 의견을 달아서 주는 ‘메모 보고’도 활성화했다. 그는 “일하는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11개월을 돌아보며 신 차관은 “여가부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능에 충실한 조직으로 개선된다면 큰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