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구매·자가발전하면 최대 40% 절약…전기요금 아끼려 脫한전 옵션 준비하는 기업들

입력 2024-11-28 10:01

SK가스의 석유화학 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는 최근 전력거래소에 전력직접구매 신청을 했다. 전력직접구매 계약을 맺을 경우 1년 동안 한국전력으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수 없어 시장 가격의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되지만, 그럼에도 계통한계가격(SMP)을 기준으로 전력을 구매하는 것이 더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발 프로필렌 공급 증가, 원료 가격 상승으로 경영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까지 이뤄지자 이런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03년 전력직접구매 제도 도입 이후 ‘1호 사례’로 승인할지를 놓고 전력 당국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하나둘씩 전력직접구매로 빠져나가면 한전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는 SK어드밴스드의 사례가 앞으로 벌어질 기업과 정부 사이의 줄다리기를 예고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로 대기업들이 사용하는 전기요금이 오른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탈(脫)한전 카드를 꺼낼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SK어드밴스드 전력직접구매 신청의 승인 여부는 향후 기업들의 전략을 결정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 인상에도 한전 적자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정부 기조에 발맞춰 기업들이 전력직접구매 신청을 망설여왔는데, 승인시 다른 기업들도 줄줄이 신청에 나설 수 있다. 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 회장은 28일 “지금까지는 암묵적으로 한전이 독점 판매 사업자였다면, 판매 시장에 민간 기업이 합법적으로 들어가는 셈”이라며 “전력당국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력거래소가 전력시장운영규칙에 의거해 ‘전력계통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 여부’를 이유로 승인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전력직접구매 외에도 기업에게는 직접 자신이 사용할 전력을 생산하는 자가발전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 직도입 물량으로 전기를 생산할 경우 1kWh당 100원 정도에 생산이 가능해 최대 40%의 절감 효과가 있다. 전력직접구매와 달리 투자한 시설을 지속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지만, 생산한 전력의 최대 30%를 외부에 판매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기업 중 하나인 현대제철은 2028년 건설을 목표로 충남 당진에 500㎿급 LNG 발전소 건설에 8000억원을 투자 중이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