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죽이라” 발언 필리핀 부통령 기소되나… 소환 통보

입력 2024-11-27 18:30 수정 2024-11-27 18:31
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마닐라시 한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 암살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내가 살해당하면 대통령을 죽이라고 지시했다”고 발언한 필리핀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이 경찰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

27일 AP통신과 현지 매체 필리핀스타 등에 따르면 필리핀 국가수사국(NBI)은 대통령 암살 위협 발언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며 부통령실에 전날 소환장을 전달했다.

법무부 산하 NBI는 두테르테 부통령에게 오는 29일 출두하라고 요청했으며, 부통령은 형사상 면책 특권이 없어 기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지난 23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겨냥한 암살 계획이 있다며 자신이 살해되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가족 등을 죽이라고 경호원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두테르테 부통령은 암살 발언은 실제 위협이 아니라 자기 생명과 안전에 대한 우려의 표현이자 마르코스 정부에 대한 실망의 표현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통령궁은 이 문제를 대통령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국가 안보 문제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대선에서 동맹을 구축했던 마르코스 대통령과 두테르테 부통령은 외교 노선, 마약과의 전쟁 등에서 잇달아 불화를 빚으며 심각한 갈등 관계로 돌아섰다.

필리핀 경찰은 이날 두테르테 부통령과 보좌진 일부를 폭행,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경찰은 부통령의 예산 유용에 관한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부통령 수석보좌관을 체포하러 온 경찰을 부통령실 관계자들이 제지했다며 “공권력에 대한 저항과 불복종은 법 위반일뿐 아니라 대중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부통령의 아버지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NBI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필리핀 통치는 분열됐다”며 “수많은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군뿐”이라고 한 발언이 선동에 가깝다며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