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 위기 오나’…佛 내각 조기 붕괴 가능성

입력 2024-11-27 16:25 수정 2024-11-27 16:26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 AFP연합뉴스

7월 조기 총선 이후 2달 만에 겨우 출범한 프랑스 내각이 다시 붕괴 위기에 처했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내년도 예산안으로 인해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권 다수의 반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 내각 출범에 간접적으로 협조한 극우 세력도 예산안 반대를 공식화했다. 미셸 바르니에 총리는 정부 전복 시 “프랑스가 재정적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26일(현지시간)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르니에 총리는 프랑스 방송사 TF1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붕괴되면 금융 시장에 심각한 폭풍과 혼란이 올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프랑스는 현재 급증하는 재정 적자로 인해 유럽연합(EU)으로부터 재정건전성 확보 압박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6.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EU 기준인 3%의 두 배 이상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400억 유로(약 58조원)를 감축하고 200억 유로(약 29조원)를 증세하는 내용을 내년 예산안에 담았다.

문제는 야권 대다수가 예산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예산안 통과 권한이 있는 프랑스 하원은 여당이 577석 중 213석에 불과한 ‘여소야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르니에 총리가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헌법 제49조 3항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해당 조항은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하원 표결 없이 국무회의 승인만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24시간 내 내각 불신임 투표가 진행된다. 불신임안이 가결되면 예산안은 무효가 되고 내각도 무너진다.

이번 예산안에 대해선 바르니에 내각 출범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극우 국민연합(RN)도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바르니에는 126석을 차지한 RN의 암묵적 동의 덕분에 총리가 될 수 있었다. RN의 대주주인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는 25일 바르니에 총리와의 회동 이후 전기세 인상 계획 등을 철회하지 않으면 불신임안에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각 출범부터 불신임 의사를 밝혀왔던 190명 이상의 범좌파 의원들에 RN 의원들이 합세한다면 바르니에 총리는 버틸 수 없다.

‘의회 패싱’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크다. 실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연금개혁안을 해당 조항 발동으로 통과시켰다가 대규모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올해 조기 총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

내각 붕괴 시 마크롱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뾰족한 수단도 없다. 프랑스 헌법상 대통령은 하원 해산을 단행한 뒤 1년이 지나야 다시 해산을 할 수 있다. 지난 조기 총선 시점을 고려하면 내년 7월까진 하원 해산이 불가능하다. 범좌파나 극우를 설득하지 않고는 교착 상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일각에선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 가능성도 다시 나오고 있다.

폴리티코는 “유럽이 독일 경제 침체와 미국과의 무역 전쟁 가능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바르니에 내각이 붕괴한다면 그리스식 유로존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 있다”고 우려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