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웅(69)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대표회장이 저출산·기후위기 극복, 한반도 평화, 차별금지법 등 대사회 문제에 대해 한국장로교 신학에 근거한 치유와 회복 운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 대표회장은 27일 자신이 시무하는 경기도 화성시 주다산교회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이같이 취임 포부를 전했다.
한국장로교회 연합체란 배에 올라 키를 잡은 권 대표회장이 취임 포부로 계속 강조한 건 ‘한국장로교의 정체성 회복’이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던 한국장로교회의 정체성을 다시금 확인하며 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권 대표회장은 “저출산 위기나 차별금지법 등 교회 안팎에서 첨예한 갈등을 겪는 우리 사회는 지금 한국교회에 답과 함께 필요한 역할을 요구한다”며 “질곡의 세월을 지나는 지금 이 시대의 아픔을 교회가 짊어지고 사랑으로 섬겨 세상 속 복음의 영향력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 배경에는 2022년 10월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형 압사 사고가 있다. 당시 권 대표회장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이 됐을 때였다. 총회 임원진과 함께 바로 현장에 달려간 그는 기도하며 참사현장의 아픔을 보듬었다.
권 대표회장은 “참사현장을 보며 아픔과 동시에 교회를 향한 사회의 요구와 기대를 느꼈다”며 “한국장로교회가 한국교회의 70%를 차지한다는데 그만큼 한국장로교회가 사회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며 그 심령에서 소명을 찾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저출산 극복·통일·기후환경·동성애 옹호 차별금지법 반대 등 대사회를 향한 장로교회의 사명을 감당하겠다”며 “장로교회의 신학적 바탕 위에 대사회적 메시지를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장로교회로서 이를 실천하며 운동화 하도록 섬기겠다”고 덧붙였다.
권 대표회장은 자신의 대표적인 목회 철학인 ‘샬롬부흥’을 한장총 사역과도 접목하려 한다. 평화와 평안을 의미하는 샬롬에 부흥을 더한 샬롬부흥 운동의 핵심은 만남을 통한 관계 전도, 모든 족속의 제자화에 있다. 권 대표회장은 “샬롬부흥은 교인의 성숙과 교회의 평화가 함께 하는 건강한 부흥이다”며 “개교회의 내적 부흥뿐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의 평안, 갈등이 아닌 사람과 세대 간 평화, 나아가 환경과의 평화 모두를 내포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회장은 이 ‘샬롬부흥’을 장로교 신학인 개혁신학과 접목해 한국장로교 연합과 일치 운동에 힘쓰겠다고 했다. 권 대표회장은 “한 뿌리였던 한국장로교회인 만큼 오직 그리스도의 복음으로만 하나 되는 한장총이 되도록 섬기겠다”며 “연합에 있어서 존경에 대한 가치를 잃지 않고, 실천하며 소통하는 ‘수평적 샬롬’을 이뤄가겠다”고 말했다.
권 대표회장은 한국장로교회의 정체성을 더 견고히 세우고자 관련 세미나를 열고, 매년 역사적으로 이어온 ‘장로교의 날’을 한국 장로교회의 큰 마당이 되도록 한층 더 확대, 활성화해 나가려 한다.
세계선교 차원에서 전 세계 장로교회와 연합하는 일도 그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려는 사역 중 하나다. 예장합동 총회장 재직 당시 자신의 ‘샬롬부흥 운동’을 남미 브라질 장로교회와 연합해 현지서 펼쳐나간 경험을 바탕으로 이집트, 인도네시아, 일본, 미국 등 전 세계 각지 장로교회와의 협력 폭을 넓혀 나가려 한다.
권 대표회장은 “전 세계적인 한류 문화 열풍처럼 전 세계교회도 한국장로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건강한 신학과 교회의 배경을 가진 장로교회 부흥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이 시점에 세계 선교의 사명도 잘 감당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회장은 인터뷰 후 이어진 취임식에서 직전 한장총 대표회장인 천환 목사로부터 취임 패를 전달받았다. 취임식에서는 한장총 대표회장을 지낸 김선규 김요셉 목사가 각각 격려사를 전했고, 정서영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과 정명근 화성시장 등은 축사했다. 장종현(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이승희(예장합동 전 총회장) 목사 등은 영상으로 축사를 전했다. 취임식에 앞선 취임감사예배에서는 김종혁 예장합동 총회장이 설교했다.
화성=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