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톱배우 정우성(51)이 지난 3월 모델 문가비(35)가 출산한 아들의 친부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사회적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문가비와 결혼 하지 않고 아들의 양육 책임을 지겠다는 정우성의 입장에 대해 ‘재정적 지원만이 양육 책임의 전부는 아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양육 책임에 결혼을 전제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크리스천은 정우성의 비혼 양육에 대해 어떻게 봐야 할까.
스포츠·연예계, 도마 위에 오른 혼외자 문제
이번 논란 이전에도 스포츠 및 연예계에서는 혼외자 문제가 종종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20년 일본인 출신의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는 외국인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 대리모 임신, 정자·난자 매매 등이 생명 영역에 함부로 쓰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혼제도권 밖에서 아이를 낳은 유명인 가운데 축구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꼽힌다. 호날두는 모델 이리나 샤크와 교제 도중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들 호날두 주니오르를 품에 안았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호날두가 친부로 밝혀지자 그는 자신의 아들로 인정했다. 이후 대리모를 통해 둘째 딸 에바 마리아 두스 산투스, 셋째 아들 마테우 호날두를 낳았다. 현재 약혼자 조지나 로드리게스와의 사이에서 넷째, 다섯째 딸을 품에 안은 상태다.
배우 김용건은 70대의 나이에 혼외자 늦둥이를 얻었다. 슬하에 하정우, 김영훈을 둔 김용건은 13년간 39세 연하인 여성 A씨와 교제하다 혼외자를 가진 것으로 세간의 화제가 됐다.
혼외자 출산 증가세
한국에서는 2016년 이후 혼인외 출생아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이 지난 8월 발표한 ‘2023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외 출생자는 1만900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지난해 출생아 23만명 중 4.7%를 차지한다. 20명 가운데 1명이 혼외자인 셈이다.
결혼 제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부모가 되길 원하는 젊은층이 비혼 출산에도 관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컨설팅기업 피앰아이가 지난 5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0.3%가 ‘비혼 출산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특히 20~30대 응답자의 35% 이상이 비혼 출산에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반면 60대 이상의 비혼 출산 찬성 비율은 20.8%로 나타나 연령대에 따른 인식 차이가 뚜렷했다.
교계, “‘비혼출산’ 아이의 인권 훼손” 지적
교계에서는 비혼 출산이 성경의 가르침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룬다는 성경적 결혼관에 어긋날 뿐더러 혼인외 관계에서 출생한 아이의 인권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홍순철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은 2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성경적으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가정을 꾸리고 그 안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하나님의 원리인데 현대사회가 이에 벗어나 성을 도구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결혼 제도는 아이가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혼외 출산이 저출산 문제에 해결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부모가 없는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의 상처와 권리의 박탈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고 반문한 홍 소장은 특히 대리모나 정자은행 등을 통해 출산된 외국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결국 여성과 아이의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봉화 행동하는프로라이프 상임대표도 “비혼출산 후 남겨진 것은 아이의 삶”이라며 “(정우성씨 사례의 경우) 그나마 아이 생명이 지켜져서 존중받을 결정이긴 했으나 그 전에 있었던 것은 자녀의 부모되는 이들의 이기심이라 할 수 있다. 아이가 안정적 울타리인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는 권리가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아이의 삶에 대한 고려가 배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프리섹스’ 문화 확산 뒤 가정 붕괴·낙태 증가로
전문가들은 유명연예인의 행동이 사회적 파급력을 가져 젊은 세대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경고했다. 성을 도구화하고 가족 제도를 무너뜨리는 풍조의 확산도 우려했다.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운영위원장은 “유명 연예인의 가십거리로 소비되는 이러한 문제는 젊은 세대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해 도덕적 타락을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프랑스와 미국의 사례는 교훈이 된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 미국에서는 프리섹스 문화가 확산된 뒤 도덕 회복 대신 피임약 배포를 선택했지만 이는 성병 확산, 가정 붕괴, 낙태 증가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프랑스도 비혼 출산을 장려한 결과 혼외자 출산 비율이 60%를 넘어서고, 결혼 문화가 붕괴되고 동거와 혼외출산이 보편화됐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혼외출산은 열린 사고가 아니라 도덕적 붕괴의 사고”라며 “가정이라는 인격 공동체를 지키지 않으면 우리 후손에게 안전한 울타리를 물려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혼외 출산자 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건강한 가족 관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하는 한편, 미혼모 및 혼외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지원과 대책 마련에도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원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대표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르면 남녀 간의 성관계는 결혼이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가능하도록 돼 있다”며 “성관계의 목적 가운데 하나가 자녀를 출산하는 것이다. 결혼 관계 안에서 이뤄진 성관계가 성경적 질서고 결혼관계 밖에서 출산한 것은 십계명 중 제7계명인 ‘간음하지 말라’에 위배된다”고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비혼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국가와 공동체가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비혼출산이 결혼 출산과 동일한 법적 지위를 부여해 비혼출산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되는 흐름은 차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경적 가정 모델 제시, 생명 교육 확산해야
성경적 가정을 통해 도덕적 기준을 세우는 교회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홍 소장은 “성경적 원리를 기반으로 한 가족 제도의 중요성과 성적 일탈을 금지한 메시지가 강단에서 더욱 선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기독교는 성경적 가정을 통해 도덕적 기준을 세우고, 성적으로 절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혼외출산이나 성적 일탈에 대해 비난만 하기보다 온유하고 부드러운 말로 설득해 잘못된 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봉화 대표는 남녀가 이룬 가정의 소중함과 생명을 지키는 인식이 확산되기 위해 교회의 역할을 역설했다. 그는 “교회에서도 비혼출산 같은 사회 분위기나 가정의 소중함, 낙태 등의 이야기를 하기 어려워한다”며 “교회가 사회에 이에 대해 규범을 제시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이러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교회가 도덕적 테두리를 규정하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상원 대표도 “만약 비혼 출산이 결혼 출산과 동일한 지위에서 인정받으면 성관계도 규범과 윤리에 얽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정당화된다. 결국 가족의 기준과 틀이 무너질 것”이라며 “결국 결혼 출산이 규범적 모델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하는데 성경 원리에 따른 결혼과 출산 윤리를 명확히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 5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진평연)은 지난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규탄하며 해당 법안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진평연은 지난 21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등이 정자 기증 혹은 매매(정자은행)를 통한 동성결합 및 비혼 출산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저출산 문제 해결책으로 포장했다”며 “법안 제안 이유로 OECD 국가들에서 비혼 출산 비율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제시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비판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프랑스의 비혼 출산 비율은 2010년 54.9%에서 2022년 65.2%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출산율은 2.03명에서 1.79명으로 감소했다.
진평연은 “우리나라의 비혼 출산 비율은 4.7%로, 대부분의 아이가 결혼한 가정에서 태어나 건강한 환경에서 양육되고 있다”며 “아이에게 가장 바람직한 양육 환경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있는 가정”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저출산 문제의 본질은 아이 양육의 부담”이라며 “비혼 출산을 지원하기보다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아영 박윤서 김수연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