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건기식 시장서 ‘우먼헬스’ 성장 두드러져… 5년 사이 50% 가까이 쑥↑

입력 2024-11-28 07:01

직장인 강모(36)씨는 3년째 질 건강을 위한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제품을 먹고 있다. 이전부터 잦은 질염으로 고생을 했었고,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은 뒤에는 꾸준히 챙겨 먹고 있다. 강씨는 “자궁경부암 주사를 대학생 때 맞았는데도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나서는 영양제를 잘 챙기는 편이 아닌데도 질 건강을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질염 예방 차원에서나, 임신·출산 준비를 위해 먹는 지인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과거 다이어트 목적에 치우쳤던 여성 건기식 시장이 커지고 있다. 강씨 사례처럼 질 건강을 위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항산화 기능을 강화한 멀티비타민, 갱년기 건강을 위한 제품 등 제품군도 다양화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여성 건강(women's health)’으로 포지셔닝 된 제품의 시장 규모는 2019년 19억2900만달러에서 2024년 28억1350만 달러로 5년 만에 45.6%로 급성장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 역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6조2000억원대에서올해 7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건기식 시장의 주요 소비층인 여성을 위한 제품 출시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농심은 현재 ‘라이필 더마콜라겐’을 필두로 건기식 사업에 진출한 가운데 판매 채널 확대와 제품군의 다양화를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여성 전용 멀티비타민을 출시하기도 했다.

역대급 판매량을 올리고 있는 정관장의 혈당케어 제품 ‘GLPro(지엘프로)’ 역시 20~30대 구매층 중 남성보다 여성이 41%가량 많다고 정관장은 밝혔다. 질 건강 유산균 브랜드 ‘엘레나’는 유한양행의 건기식 대표 제품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여성 소비층 중에서도 핵심인 50~60대 중장년층을 위한 제품 출시가 활발하다. 고모(62)씨는 때만 되면 감기처럼 찾아오는 방광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는 “딸이 사다 준 크랜베리 유산균 제품을 먹는데, 효과는 확실히 있는지 모르겠지만 안 먹는 것보다는 먹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이번에는 직접 주문해봤다”고 말했다.

웅진식품, 정관장, 유한양행 등 식품·제약업체는 갱년기 여성 맞춤형 제품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소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갱년기 건강 관리를 위해 건기식을 섭취한다고 답한 여성 응답자 비율은 2016년 23.3%에서 38.5%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뿐만 아니라 건기식 세계 시장 전체가 점차 커지고 있다”며 “그 안에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주요 소비층인 여성을 공략하기 위한 ‘킬링 제품’들을 개발하고 생산해내기 위한 제약·식품·뷰티 업체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