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곽한길씨 아내 오승현씨
“아파도 기억해야 되는 거고 누군가 하루라도 더 기억하고 사랑해 줬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아파도 기억해야 되는 거고 누군가 하루라도 더 기억하고 사랑해 줬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의사자 곽한길을 잊지 말아 주세요”
이 영상을 기억하시나요? ‘KMIB-작은영웅’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40대 가장의 마지막 순간이 담긴 CCTV 영상입니다.
당시 명호씨라는 가명으로 소개됐던 두 아이의 아빠이자 가장인 곽한길씨. 그는 지난 1월 31일 새벽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천안분기점 인근에서 4.5톤짜리 화물차가 옆으로 넘어지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차를 멈춰세웠습니다.
사고를 당한 운전자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 창문으로 운전자를 끄집어내던 그때, 대형 화물차가 이렇게 현장을 밀어버리고 맙니다. 나이 마흔아홉.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의 사연이 알려진 뒤 지난 6월엔 보건복지부가 인정한 의사자로, 11월엔 에쓰오일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진행한 ‘올해의 시민영웅’으로 선정됐습니다. 아내 오승현씨는 소식을 듣고 전화기에 대고 울먹였습니다.
故 곽한길씨 아내 오승현씨
“하루라도, 한순간이라도 이 세상에 이렇게 빛났던 사람도 있었구나, 기억할 수만 있다면...”
“하루라도, 한순간이라도 이 세상에 이렇게 빛났던 사람도 있었구나, 기억할 수만 있다면...”
한길씨가 사고를 당한 건 그토록 아끼던 늦둥이 딸의 졸업식을 일주일 앞둔 날이었어요.
아들과 낚시하는 게 유일한 취미였던 한길씨는 딸에겐 더없이 자상한 아빠였고 아내 승현씨에겐 35년 지기 친구이자 늠름한 남편이었습니다.
직업군인이었던 한길씨는 전역 후 두차례 사업 실패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내와 두 아이를 위해 한시도 쉬지 않았고, 그날 사고도 주말부부를 감수하며 재기하기 위해 애쓰던 와중에 벌어진 거였습니다.
승현씨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다가 TV에서 남편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故 곽한길씨 아내 오승현씨
“뉴스가 계속 나오더라고. 키 1m84cm, 몸무게 80kg였으니까. 당신이구나. 당신이 맞구나 정말 눈을 뜰 수가 없었어요. 사람들은 계속 웅성거리고 저럴 수 있을까, 정말 대단하다. 하물며 정말 미쳤다(그러더라고요)
“뉴스가 계속 나오더라고. 키 1m84cm, 몸무게 80kg였으니까. 당신이구나. 당신이 맞구나 정말 눈을 뜰 수가 없었어요. 사람들은 계속 웅성거리고 저럴 수 있을까, 정말 대단하다. 하물며 정말 미쳤다(그러더라고요)
가족들이 도착하고 함께 영안실로 향했지만 승현씨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故 곽한길씨 아내 오승현씨
“솔직히 남편 시신을 못 봤어요. 아주버님들도 보지 마라고 하더라고요. 밖에서 벌벌 떨고 만 있고 가고 싶은데, 발도 옮겨지지 않고...”
“솔직히 남편 시신을 못 봤어요. 아주버님들도 보지 마라고 하더라고요. 밖에서 벌벌 떨고 만 있고 가고 싶은데, 발도 옮겨지지 않고...”
이 때문에 남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제대로 배웅하지 못한 것 같아 후회된다는 승현씨.
승현씨는 아직도 남편의 부재가 실감나지 않아 매일 남편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봅니다. 사고로 분실된 휴대폰은 여전히 신호가 가기에 어쩐지 어디엔가 살아 숨 쉬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되거든요. 그러는 동안 한길씨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그리움은 더 깊어졌습니다.
故 곽한길씨 아내 오승현씨
“저희 딸내미하고 아침에 크리스마스가 돌아와. 그랬더니 엄마, 아빠가 아무리 바빠도 크리스마스 때는 우리랑 같이 있었는데 하더라고요…이 사람이 북극에 있거나 지구 반대편에 있거나 태양이 이글거리는 사막 한복판에 있다고 해도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그리고 말하고 싶어요. 정말 고생했다고...”
“저희 딸내미하고 아침에 크리스마스가 돌아와. 그랬더니 엄마, 아빠가 아무리 바빠도 크리스마스 때는 우리랑 같이 있었는데 하더라고요…이 사람이 북극에 있거나 지구 반대편에 있거나 태양이 이글거리는 사막 한복판에 있다고 해도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그리고 말하고 싶어요. 정말 고생했다고...”
한길씨가 또 다시 같은 상황에 처해도 같은 행동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가족들은 ‘곽한길’이라는 이름이 ‘자랑’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승현씨 부탁대로 그의 숭고한 희생, 저희가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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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는 세상을 살만하게 만들어 주는
‘작은영웅’들의 이야기를 계속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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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