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회담 검토”… 북미 대화 조기 추진 주목

입력 2024-11-27 08:36 수정 2024-11-27 08:4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 당선인의 1기 재임 시절인 2019년 7월 판문점에서 회동하는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가 최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북핵통’ 알렉스 웡을 임명한 상황에서 나온 보도여서 트럼프 취임 이후 북미 대화가 조기에 추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 팀은 새로운 외교적 노력을 통해 무력 충돌의 위험을 낮출 수 있기를 바라며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회담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정책 논의는 아직 유동적이며 트럼프 당선인이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임 시절인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는 1기 재임 시절 김 위원장과 싱가포르(2018년 6월)와 베트남 하노이(2019년 2월)에서 2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하지만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사실상 북미 협상은 중단됐다. 미국은 북한에 영변 핵시설을 포함한 ‘플러스 알파’를 요구했지만, 북한은 제재 완화를 먼저 내세우면서 협상은 평행선을 달렸다. 두 정상은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1차례 회동을 했지만 구체적 성과는 없었다. 3차례 만남이 별 성과 없이 결렬된 만큼, 5년이 지난 지금 다시 대화를 재개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북한은 조 바이든 행정부 4년간 북미 대화에 나서지 않았고, 최근에는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하며 밀착하고 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핵 보유국 지위를 넘보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은 뒤로 미룬 상태로, 아직 트럼프 재선에 대해서도 공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개막 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있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대북)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북미 협상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난 것이다.

미국으로서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중국 견제 등 다른 시급한 외교 현안이 많다. 트럼프는 전날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를 선언하면서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시동을 걸었다. 국무장관에 지명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내정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 모두 중국 견제를 외교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북미 협상을 조율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 주요 인사가 트럼프 2기 인선에서는 배제되면서 북한 문제가 우선 순위에서 빠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트럼프는 대선 내내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인연과 대화 중요성을 강조하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트럼프는 지난 22일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알렉스 웡을 지명하면서 “대북 특별 부대표로서 그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협상을 도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웡은 2018년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과 함께 평양을 방문하는 등 트럼프 1기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를 맡았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2기 재임 기간에도 언제든 북미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