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노태우 비자금 의혹’ 고발인 첫 조사

입력 2024-11-26 22:40
5·18기념재단 관계자들이 지난달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노태우 일가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윤웅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관련 의혹을 고발한 시민단체 관계자를 조사했다. 그동안 처벌이 가능한 법리가 존재하는지, 공소시효가 완성됐는지 등을 검토해온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이날 차종수 5·18기념재단 부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차 부장에게 고발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물었다고 한다.

앞서 5·18기념재단은 지난달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노태우 비자금’ 의혹은 노 관장 측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2심에서 낸 증거에서 비롯됐다. 노 관장 측은 ‘선경 300억원’ 등이 비자금 내역이 적힌 김 여사의 메모와 약속어음 등을 증거로 제출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5·18기념재단은 “그동안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유산이 연희동 자택이 유일하다고 하는 등 추징 이후 부정축재한 은닉재산이 없는 듯이 가장했다”며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904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차명으로 보관하거나 대여금, 투자금 형식의 채권, 금고 등에 은닉해왔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재단은 김 여사가 362억원의 비자금을 은닉 또는 증여한 의혹도 제기했다. 재단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가 21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차명으로 보관하다가 다시 보험금으로 납입해 자금 세탁한 사실이 드러났다”라며 “추징금 완납 이후에는 수사가 어렵다는 사실을 이용해 그동안 은닉한 비자금 중 152억원을 세탁 후 자녀에게 불법 증여했다”고 설명했다.

고발인 조사는 처음이지만, 그동안 검찰은 내부적으로 처벌 가능성 등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300억원이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 시점은 1991년으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제정되기 전이다.

다만 법이 시행된 2001년 이후 범죄수익을 은닉한 행위가 드러나면 시행 전 조성된 범죄수익에 대해 처벌이 가능하다는 규정도 있다. 법리 검토 등이 마무리되면 검찰은 조만간 자금 추적과 증거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