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칠레에 거주하며 장거리 연애를 이어가는 한 ‘롱디커플’이 영상 통화를 하며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을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 발령으로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던 두 사람은 ‘자신들에게 닥친 고난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인스타그램 커플 계정을 운영하며, 연인으로서 자신들이 지키고 싶은 가치를 일상에 담아 전하고 있는데요. 팔로워 3400명에 불과한 이 커플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18000㎞ 떨어져 있지만, 우리가 행복한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은 게재 한 달 만인 25일 현재 162만이 지켜봤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에 왜 많은 이들이 감동하는 걸까요.
김유림(26)·송요셉(28)씨는 지난 5월부터 커플 인스타그램인 ‘솔라커플’(instagram.com/salt.light.talk) 계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빛과 소금’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두 사람은 기독교인입니다. 연인으로서의 애틋한 감정과 사랑이 담긴 모습도 많이 올리지만, 서로와 세상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마음을 담은 콘텐츠도 많습니다. 두 사람은 162만명이 지켜본 영상에서 조건 없는 사랑을 전하고 싶었다는데요. 댓글에 “서로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모습이 감동적”이라는 반응이 많아서 예상이 적중했다고 느꼈다고 했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라는 성경 구절이 연인 관계에서도 드러내게끔 노력한다고 했습니다.
요셉씨는 “어떤 네티즌이 ‘우리 아이들도 이런 신앙을 가진 연애를 했으면 좋겠네요. 부모님들이 어떤 양육을 하셨길래 이렇게 멋진 아들딸들로 키웠을까요. 나도 부모이지만 두 사람의 부모님들이 존경스럽네요’라는 댓글을 달아주셔서, 어머니에게 공유해 드렸다. 아들을 칠레에 보내시고, 용돈을 받으실 때마다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는데 댓글을 보내드리면서 ‘믿음과 마음의 유산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고 기뻐했습니다.
두 사람은 꿈과 가치관이 비슷해 서로에게 끌렸다고 했습니다. 대학교 기독교 동아리에 속해있었지만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요. 요셉씨가 우연히 유림씨의 블로그 글을 읽으며 꿈꾸던 이상형을 찾았다고 생각했다네요. 유림씨는 “제가 매주 방문하고 있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취약계층)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울컥하는 마음마저 들었다고 한다”고 귀띔했습니다.
솔라커플은 그룹홈(청소년보호시설)이나 베이비박스 등 취약계층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만난 지 100일 기념으론 해외의 한 어린이를 함께 후원하고 있기도 하답니다. 대학 졸업 후 카페를 운영하던 유림씨는 취약계층을 돌보는 일을 더 잘하고 싶어 현재 심리학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칠레에서 근무하는 요셉씨가 한국에 돌아오면 가정을 꾸리고, 취약계층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며 자신감을 가지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함께 고민하고 싶다고도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혼전순결을 선언한 커플입니다. 유림씨는 “이 시대에 혼전순결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깜짝 놀란다”며 “저희가 하나님의 선물을 열지 않기로 한 이유는 결혼하고 하나님이 주신 선물을 열었을 때 엄청난 기쁨과 감사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는 소신을 밝혔습니다. 성적 흥분을 높여준다는 제품과 관련한 SNS 협찬 요청을 거절한 김에 유림씨는 두 사람이 지키는 소신에 대해 설명하는 장문의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유림씨는 “그 글을 올렸을 때 많은 크리스천 청년들이 댓글을 남겼고, 혼전순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고민에 공감해주고 조언해주며 우리가 SNS를 통해 건강한 연애관에 대해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은 “저희는 절대 서로 싸우는 콘텐츠, 눈치 주는 콘텐츠,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꼼짝 못 하게 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지 않다”며 “그보다는 서로 사랑의 말을 전하고 위로와 용기의 말을 전함으로써, 하나님의 사랑을 닮은 콘텐츠로 우리의 SNS와 또 우리의 삶을 채워가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 기독교인 출연자들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밖에 모르는 ‘빌런’으로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방송의 재미를 위해 그런다지만 말입니다. 솔라커플처럼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함께 지켜나가며, 세상에 나눔을 실천함으로 인해 세상을 밝히는 기독교인도 우리 주변엔 많은데 말이죠.
배우 정우성이 모델 문가비 사이에서 혼외자를 낳은 일이 뒤늦게 알려져 갑론을박이 한창인 요즘, 한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생각하고 귀하게 여기는 이 기특한 커플에 더 많은 응원이 쏟아지는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