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접어들면서 2024년을 하나의 단어로 요약한 ‘올해의 단어’가 발표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호주의 가장 권위 있는 사전인 맥쿼리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enshittification’(엔시티피케이션·엿같아짐)이다.
‘배설물’이라는 의미의 단어이자 욕인 ‘shit’(싯)에 ‘되게 하다’를 뜻하는 접두사 ‘en-’과 ‘~화’를 의미하는 ‘-fication’을 합친 신조어로 캐나다 출신 작가인 코리 닥터로우가 2022년 만들어낸 말이다.
기술비평가인 닥터로우는 페이스북 피드가 쓰레기 같은 게시물로 가득 차고, 구글 검색에 광고와 스폰서 콘텐츠가 넘쳐나고, 고객이 무엇을 검색하든 아마존이 값싸고 품질이 낮은 제품을 추천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이 단어를 사용했다. 우리말로 ‘엿같아짐’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맥쿼리 사전은 enshittification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면서 “우리가 제공받는 서비스, 특히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의 저하와 이익 추구의 결과로 발생하는 서비스와 제품의 점진적 악화”라고 정의했다.
온라인 사전 사이트인 딕셔너리닷컴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demure’(드뮤어)다.
demure는 ‘얌전한’ ‘조용한’ 등의 의미를 가진 형용사로 내성적이거나 겸손한 사람을 묘사할 때 사용하는 단어다. 올해 틱톡 등을 중심으로 세련된 외모와 행동을 뜻하는 단어로 의미가 확장됐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줄스 레브론이 직장에서 단정하고 신중한 모습을 보여주기 좋은 메이크업과 의상을 소개할 때 이 단어를 사용한 후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딕셔너리닷컴은 이 단어가 “문화적 시대정신을 지배했다”며 “한때 전통적이고 종종 제한적 의미를 담고 있던 단어가 절제된 우아함과 세련됨을 기념하기 위해 재탄생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 단어의 진화는 사람들에게 조용한 자신감을 표현할 방법을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겸손함과 매력을 의도적이고 힘 있는 선택으로 만든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유명 영어사전인 콜린스 사전이 뽑은 올해의 단어는 팝스타 찰리 XCX의 앨범에서 유래된 ‘brat’(브랫)이다.
콜린스사전 측은 “brat은 2024년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라면서 “큰 성공을 거둔 앨범을 넘어서 전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문화 현상이 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흔히 ‘악동’ 또는 ‘버릇없는 녀석’ 정도의 부정적인 뜻을 가졌던 이 단어는 찰리 XCX가 올해 6월 앨범 ‘brat’을 선보인 후 ‘자신감 있는, 독립적인, 쾌락주의적인 태도’를 묘사하는 긍정적인 의미로 젊은층에서 사용되고 있다.
brat은 미국 대선 기간에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젊은 여성들을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했다. 찰리 XCX가 지난 7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해리스는 ‘brat’”이라는 글을 올린 후 해리스 지지자들이 brat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