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90%가 조선인 같네” 日발레리노 발언에 발칵

입력 2024-11-26 17:49 수정 2024-11-26 18:02
일본 신국립극장 발레단 솔리스트 나카지마 슌야. 신국립극장 홈페이지

일본 국립 발레단 소속 발레리노가 자국 국회의원의 90%가 조선인 같다고 말해 ‘혐오발언’ 논란을 일으켰다. 일본 정치인이 일본을 최우선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덧붙인 말이었다.

일본 도쿄 시부야 소재 신국립극장 발레단 소속 솔리스트 나카지마 슌야(사진)는 지난 11일 자신의 엑스(X) 계정에서 한 30대 사업가가 올린 정치 관련 게시물을 공유하며 “애초에 국회의원의 90%는 조선분들(朝鮮の方) 같으니까요”라는 글을 남겼다고 주간 조세지신(女性自身)이 26일 보도했다.

나카지마가 인용한 게시물에서 사업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모습과 일본 정부를 비교하며 “일본도 같은 방식으로 일본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자세를 견지해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조세지신은 “이 발언(국회의원 90%가 조선인)의 근거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일본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자격은 일본 국적을 가진 만 25세 이상(중의원) 또는 만 30세 이상(참의원) 일본 국민으로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나카지마의 글은 게시 다음 날인 지난 12일 사라졌지만 비난은 끊이지 않았다.

“혐오 발언을 조용히 삭제하고 끝내려는 건 무책임한 태도다” “발레를 즐겨 보는데 이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꿈이 깨진 기분이다” 같은 비판이 엑스에 올라왔다고 조세지신은 전했다. “직설적인 혐오 발언을 퍼뜨리고 있다”며 “신고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일본 신국립극장 발레단 솔리스트 나카지마 슌야의 공연 모습. 신국립극장 홈페이지

나카지마는 다시 하루 만인 13일 엑스를 통해 “며칠 전 게시물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경솔한 판단으로 부적절한 내용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의 지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앞으로 더욱 주의하겠다”며 재차 사과했다. 문제의 게시물은 이미 삭제했다고 덧붙였다.

나카지마의 사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그가 소속된 신국립극장이 추가로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극장은 논란 2주 만인 지난 25일 “신국립극장은 모든 극장 관계자에게 개인적 발언이라 하더라도 책임 있는 행동과 발언을 요구하고 있다”며 “당연히 모든 형태의 차별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연령, 성별,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자부심과 풍요로움을 느끼고 마음의 여유를 실현할 수 있는 장소로서 사회적 포용의 역할을 수행하고 활기찬 사회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 요구된다”며 “해당 관계자에 대해 엄중히 지도하고 반성을 요구하며 당분간 공연 출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나카지마는 이번 발언 외에도 그동안 백신과 관련해 근거가 부족한 내용을 다룬 뉴스나 음모론적 게시물을 자주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