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칭한 한·중 사기단, 122억원 갈취 후 검거

입력 2024-11-26 17:29
라오스와 캄보디아에서 체포된 조직 간부들이 호화 클럽과 호텔에서 사기금으로 유흥을 즐기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한국계 외국인 여성을 사칭한 SNS 프로필을 이용해 남성 80여명에게 접근, 122억원을 가로챈 한중 합작 범죄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범죄단체 가입·활동 혐의로 한국인 총책 A씨와 중국인 관리책임 B씨 등 12명을 구속하고 공범 8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SNS에서 만난 피해자들에게 가상자산, 금 선물, 쇼핑몰 거래 등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며 84명으로부터 총 12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연령대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으며, 피해 금액이 20억원에 달하는 일도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하루 사기 금액 10억원을 달성한 날 폭죽을 터뜨리며 축하하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이들은 SNS 프로필에 한국계 외국인 여성 사진을 올려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뒤 일주일 이상 대화를 이어가며 신뢰를 쌓았다. 이후 투자를 권유하고, 피해자가 의심하면 “나를 믿지 못하는 거냐”며 심리적으로 압박해 투자를 유도했다.

투자를 시작한 피해자들에게는 가짜 수익률을 제시하며 신뢰를 더 쌓았다. 피해자들이 수익금을 출금하려 하면 세금, 수수료,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추가 자금을 요구했다. 이후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따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한국에서 20~30대 청년을 모집해 캄보디아와 라오스로 데려간 뒤, 이성에게 호감을 얻고 돈을 가로채는 수법을 교육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로 챙긴 돈은 현지 호텔과 클럽 등에서 유흥비로 탕진했으며, 사기로 하루에 10억원을 벌었을 때 폭죽을 쏘며 기념하는 등 호화 생활을 즐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일당이 사용한 계좌 220여 개를 분석해 피해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으며, 인터폴과 공조해 해외에 체류 중인 중국인 총책 등 6명을 뒤쫓고 있다.

경찰은 "사회적 신뢰를 악용해 경제적 피해를 준 조직적 범죄에 대해 국내외 공조를 강화해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