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가 만들어낸 것들… 2024 제주비엔날레 개막

입력 2024-11-26 16:23 수정 2024-11-26 16:25

바다를 통해 외부와 연결되는 제주도는 표류의 역사를 간직한 섬이다. 어떤 표류는 개인의 처절한 패배의 역사로 기록되지만, 때로 기존 문명과 만나 충돌하거나 흡수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자양분이 되기도 했다.

2024 제4회 제주비엔날레가 2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83일간의 항해를 시작했다.

주제는 ‘아파기(阿波伎) 표류기: 물과 바람과 별의 길’이다.

14개국 87명의 작가가 문명의 여정 속에 표류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조명하고, 이를 예술적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문명·환경·이주·난민 등 동시대 이슈를 고찰하면서 새로운 대안도 모색했다. 총 여섯 개의 소주제를 통해 전시의 대주제 ‘표류’를 탐구한다.

전시에는 미술 작가와 더불어,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커뮤니티 맵핑의 권위자인 임완수(미국), 민속과 생활사의 전문가로 바구니 문화를 연구하는 고광민(제주), 오브제와 역사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러 아구스 누르 아말(인도네시아)이 탈경계적인 다양한 융합 예술을 펼친다.

임완수 박사는 지난 8월 사전 워크숍을 통해 제주에서 해양 쓰레기 문제에 앞장서는 지역 환경단체와 예술가, 관심 있는 도민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작가는 활동을 통한 커뮤니티 맵핑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결과물을 시각화했다.

아구스 누르 아말은 제주 금악초 학생들과 사전 워크숍을 갖고 제주 신화를 재창조해 오브제 시어터 형식의 예술 작품으로 완성했다.

표류와 관련된 작업을 하는 제주 작가들도 대거 참여한다.

철새의 이동을 주제로 한 고길천 김용주 이은봉 작가와 해양쓰레기를 추적해 리서치와 설치 작업을 하는 양쿠라 작가, 표류의 미디어적 해석을 담은 부지현 작가, 설치·조각 서성봉, 사진 김수남, 회화 현덕식 작가 등이다.

이번 제주비엔날레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는 홍보대사인 방송인 전현무의 ‘무스키아의 표류기’ 전시도 마련됐다. 전현무가 그린 자화상과 초상화 등 2점이 전시된다.

제4회 비엔날레는 제주도립미술관에서의 본전시를 포함해 제주현대미술관 공공수장고, 제주아트플랫폼, 제주자연사박물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등 5곳에서 펼쳐진다.

또 비엔날레 연계 전시로 제주도립미술관 장리석 기념관에서 ‘누이왁’ 특별전이 같은 기간 개최된다. ‘누이왁’은 너울(누)과 이야기(이왁)를 조합한 말로, 너울을 넘어온 이상적인 이야기를 뜻한다.

평양 출신인 장리석(1916~2019) 화백의 작품 12점과 해녀들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가 홍정표(1907~1992), 윤세철(1932~2011), 고광민(1952~)의 사진 작품 22점과 자료들이 전시된다.

비엔날레 협력 전시로 제주현대미술관에서는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서양미술 400년, 명화로 읽다’ 특별전이 열린다.

서양미술의 거장 89명의 작품 143점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로, 내년 3월 30일까지다.

제4회 제주비엔날레는 제주도가 주최하고 제주도립미술관이 주관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