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첫 판사 선거에 1만8000명 지원… ‘판사 직선제’ 성공적?

입력 2024-11-26 15:54
멕시코 사법기관 종사자들과 시민들이 지난 5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대법원 앞에서 정부의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판사를 국민투표로 뽑는 ‘판사 직선제’를 세계 최초로 통과시킨 멕시코에서 내년에 처음 실시된는 판사 선거에 1만8000명이 지원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대통령실은 내년 6월 판사 881명과 대법관 9명을 선출하는 선거에 출마를 신청한 1만8447명이 온라인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9명으로 구성될 대법원의 경우 480명이 대법관 후보자로 지원했다고 대통령실은 덧붙였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후보 신청 규모는) 놀랐고, 모든 예상을 뛰어넘었으며, 멕시코 국민들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이는 역사적인 일이며 완전한 성공을 뜻한다”고 말했다.

멕시코의 판사는 총 7000여명으로 내년에 우선 880여명을 대상으로 선거를 실시하고, 나머지는 2027년에 선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 선거에 후보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법학 학위, 일정 수준의 학점, 5년 이상의 전문 경력, 5명 이상의 추천 등이 필요하다. 평가위원회는 이들의 이력서를 검토해 각 판사당 10명 이내의 적격자 명단을 작성한다. 이어 적격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을 실시해 후보 수를 2∼3배로 줄인 후 이들을 놓고 투표를 실시한다.

앞서 지난 9월 멕시코는 의회 의결을 통해 모든 법관(대법관 포함)을 국민투표로 선출하는 판사 직선제 도입, 대법관 정원 감축(11명→9명), 대법관 임기 단축(15→12년), 대법관 종신 연금 폐지, 법관 보수의 대통령 급여 상한선 초과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개헌을 통과시켰다.

정부와 여당 지지자들은 ‘직선’ 판사들이 그간 사법부 내 문제로 지적됐던 불처벌, 부패, 비효율 등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 대법원장을 지낸 아르투로 살디바르 대통령 정책실장은 “우리는 더 인간적이고, 더 민감하고, 더 다양하고, 국민과 훨씬 더 가까운 사법부가 필요하다”며 “기득권에 봉사하는 사법부가 아니라 멕시코 국민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 멕시코 국민으로부터 시작된 사법부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 직원들과 법학자 등 반대론자들은 판결이 여론과 여당 입김에 휘둘리면서 공정성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의회가 지명하는 평가위원회가 후보자 적격 심사를 맡게 됨에 따라 현 의회를 장악한 여당의 입맛에 따라 판사 후보가 결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후보자들이 선거 캠페인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마약 카르텔이나 정당이 우호적인 판사를 판사석에 앉히기 위해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AP는 미국과 같은 일부 국가에서 하급 또는 지방 수준에서 판사를 선출하지만 사법부 내 모든 법관을 국민이 직접 선거로 뽑는 나라를 멕시코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