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기독 청년 A씨는 코인 투자에 도전했다가 수백만원을 잃었다. “‘코인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주변 사람들 이야기에 불안했다”는 그는 신용대출까지 받아 투자금을 마련했지만, 실패 후 빚만 떠안게 됐다. 손실을 만회하려다 SNS 광고를 보고 ‘불법 대출 현금화’ 서비스까지 받았고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고금리부채 청년을 대상으로 무이자 대출 사업 등을 펼치는 기독시민단체 희년은행엔 A씨와 같은 피해자들의 상담 신청이 적지 않게 들어온다. 김재광 희년은행 센터장은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투자에 실패한 뒤 상담을 요청하는 청년들이 근래 부쩍 늘고 있다”며 “크리스천 청년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투자를 둘러싼 기독청년들의 높은 관심도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기독청년 인식조사’를 보면 응답자 절반 이상(53%)는 주식이나 펀드 등 재테크 활동에 참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독청년들은 암호화폐(11.9%)와 부동산(10.3%) 투자에도 관심이 높았는데 10명 중 6명 이상(67%)은 “돈은 행복의 조건”이라고 답했다. 조사는 19~35세 기독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문제는 이같은 투자 열풍 속에서 기독청년들이 참고할 신앙의 이정표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주식과 코인을 어떻게 다룰지 신앙적 가이드 없이 청년들이 경제적 생존과 신앙적 균형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게 사역자들의 중론이었다.(국민일보 11월 26일자 33면 참조)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성경은 물질에 대해 상반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전도서 11장은 “돈이 있으면 무역에 투자하라. 여러 날 뒤에 너는 이윤을 남길 것”(새번역)이라며 지혜로운 분산 투자를 권장한다. 반면 마태복음 6장 24절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고 경고하며 물질적 욕망이 신앙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경이 물질적 풍요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했지만 잠언 10장 4절을 보면 “손을 게으르게 놀리는 자는 가난하게 되고 부지런한 자의 손은 부하게 되느니라”고 말한다. 근면성실을 통한 부의 축적을 강조하는 셈이다. 다만 성경은 물질적 풍요가 삶의 목적이 돼선 안 된다고도 강조한다. 누가복음 12장 15절에서는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함에 있지 않다”고 경고한다. 또 로마서 13장 8절은 과도한 부채가 개인의 경제적 안정과 신앙적 삶에 부담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대 청년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경제적 자유’에 대해서도 성경은 다른 길을 제시한다. 적지 않은 청년들은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하려는 사람)을 꿈꾸지만 사도 바울은 자족의 자세로 경제적 자유를 누렸다고 했다. 빌립보서 4장에서 그는 “배부름과 배고픔에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며 경제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믿음을 강조했다.
목회자들도 돈에 대한 집착을 경계해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고상섭 그사랑교회 목사는 “돈은 숨 쉬는 데 필요한 공기와 같다면서도 “공기를 위해 사는 사람은 없다. 부하려 하는 자는 시험과 올무에 빠질 수 있다”(딤전 6:9)고 선을 그었다.
서경준 돈병원 원장 역시 “물질적 수익만을 좇는 방식은 크리스천이 가져야 할 태도와는 거리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내가 돈과 관련해 막연한 공포를 느끼고 걱정하는 것은 사실인지, 공포와 걱정의 대안으로 제기되는 것들이 정말 나의 걱정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사회에서는 내집마련이라는 우상이 존재한다”며 “지금 아니면 집을 못 산다는 생각이 성경적으로 바람직한지 돌아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잠언 24장 27절의 “네 일을 밖에서 다스리며 네 밭에서 일을 준비하고 그 후에 네 집을 세우라”는 말씀을 인용했다.
단기 투자를 경계하란 제언도 나왔다. ‘돈 걱정 없는 크리스천’(두란노)을 쓴 김의수 돈걱정없는우리집지원센터 센터장은 “단기 수익을 냈을 때 감사로 투자를 마치는 경우는 드물다”며 “오히려 저축이나 월급을 우습게 여기는 식으로 경제관이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독 청년들에게 적은 돈을 굴릴 계획을 세우기보다 자기개발에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돈과 믿음의 대결에서 이기는 비결은 맘몬을 대적하는 게 아니라 더욱 주님 안에 거하는 삶에 있다”고 덧붙였다.
돈에 대해 성경적으로 돌아봐야 할 중요한 요소 중에는 경제적 약자에 대한 돌봄과 연대도 빼놓을 수 없다. 레위기 25장 35절은 “네 동족이 가난하게 되어 빈손이 되거든 너는 그를 부축하여 거류민이나 동거인 같이 그와 함께 생활하게 하라”고 명령하며 경제적 연대와 회복을 요구한다. 이른바 희년 정신이다. 개인의 부를 넘어 공동체적 회복과 나눔을 지향하라는 게 희년 사상의 핵심이다. 김 센터장은 “청년들이 물질의 압박 속에서도 신앙적 균형을 잃지 않도록 교회와 공동체가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구제와 나눔을 통해 물질적 회복을 이루는 것이 신앙의 길”이라고 말했다.
이현성 손동준 기자 sage@kmib.co.kr